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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사람’ 오랑우탄이 사라진다…8월 19일은 세계 오랑우탄의 날

오두환 기자
오두환 기자
- 6분 걸림 -
긴 팔을 활용해 울창한 열대우림을 누비는 오랑우탄
[WWF]

매년 8월 19일은 ‘세계 오랑우탄의 날(International Orangutan Day)’이다. 우리에게는 동물원이나 영상 속 친근한 동물로 익숙하지만, 야생 오랑우탄이 처한 상황은 심각하다. 현재 살아 있는 오랑우탄 세 종은 모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가장 높은 멸종위기 단계 가운데 하나인 ‘위급(CR·Critically Endangered)’으로 평가된다.

오랑우탄은 왜 지켜야 할까. 단순히 귀엽고 사람과 닮은 동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랑우탄 한 마리를 지키는 일은 열대우림 전체를 지키는 일과 연결된다.

이름부터 ‘숲의 사람’

‘오랑우탄(Orangutan)’은 말레이어에서 유래한 말로 흔히 ‘숲의 사람’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오늘날 야생 오랑우탄은 보르네오섬과 수마트라섬에만 산다. 보르네오 오랑우탄과 수마트라 오랑우탄, 2017년 별개의 종으로 알려진 타파눌리 오랑우탄 등 모두 세 종이다.

세계자연기금(WWF)가 제시하는 야생 개체수 추정치는 보르네오 오랑우탄 약 10만4700마리, 수마트라 오랑우탄 약 1만3846마리, 타파눌리 오랑우탄 800마리 안팎이다. 다만 야생동물 개체수는 조사 시기와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오랑우탄은 생활의 대부분을 나무 위에서 보낸다. 긴 팔로 가지를 붙잡고 이동하고 과일과 잎, 씨앗 등을 먹는다. 어린 오랑우탄은 여러 해 동안 어미와 함께 지내며 먹이를 찾는 방법과 숲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

번식 속도도 매우 느리다. 새끼를 낳는 간격이 수년에 이를 정도다. 그래서 한 지역에서 오랑우탄 수가 크게 줄어들면 원래 수준으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열매 먹고 씨앗 퍼뜨리는 ‘숲의 정원사’

오랑우탄에게는 특별한 별명이 있다. 바로 ‘숲의 정원사’다.

이들이 과일을 먹고 숲속을 이동하면서 씨앗을 여러 장소에 퍼뜨리기 때문이다. WWF도 오랑우탄이 씨앗을 퍼뜨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오랑우탄은 숲속을 돌아다니는 ‘씨앗 배달부’인 셈이다. 씨앗이 새로운 장소에서 싹을 틔우면 새로운 나무가 자라고, 그 나무는 다시 곤충과 새, 포유류의 먹이와 집이 된다.

그래서 오랑우탄이 사라지는 것은 동물 한 종이 줄어드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숲이 스스로 다시 자라는 과정과 수많은 생물 사이의 관계가 함께 흔들릴 수 있다.

오랑우탄을 보호하는 일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오랑우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넓고 건강한 열대우림이 필요하다. 따라서 오랑우탄의 서식지를 보호하면 같은 숲에 사는 수많은 동식물도 함께 보호할 수 있다. 열대우림은 많은 탄소를 저장하는 만큼 숲 보전은 기후변화 대응과도 맞닿아 있다.

16년 동안 10만 마리 넘게 사라졌다

그러나 오랑우탄의 집인 숲은 계속 조각나고 있다.

2018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5년 사이 보르네오 오랑우탄 10만 마리 이상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벌목과 산림 훼손, 산업용 농장 확대뿐 아니라 사냥과 인간과의 충돌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숲이 도로나 농장으로 잘게 끊기는 ‘서식지 단절’은 오랑우탄에게 치명적이다.

우리에게 도로 하나는 쉽게 건널 수 있는 공간이지만, 대부분을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오랑우탄에게 숲과 숲 사이의 빈 공간은 커다란 장벽이 될 수 있다. 작은 숲에 고립되면 먹이를 찾거나 다른 무리를 만날 기회도 줄어든다.

팜유 생산을 위한 기름야자 농장 확대 역시 오랑우탄 서식지 감소와 관련된 주요 문제로 지적돼 왔다. 다만 해법은 팜유를 무조건 사용하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숲을 훼손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라는 게 국제 환경단체들의 설명이다.

끊어진 숲을 다시 잇는다

WWF 등 환경단체가 오랑우탄 보호를 위해 집중하는 것도 그래서 ‘숲’이다.

훼손된 숲에 나무를 다시 심고 서로 떨어진 숲을 연결하는 생태통로를 확보하면 오랑우탄이 보다 넓은 지역을 이동할 수 있다. 밀렵과 불법 야생동물 거래를 막고 지역 주민과 함께 숲을 관리하는 활동도 병행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오랑우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랑우탄이 마음 놓고 나무 사이를 오갈 만큼 숲이 건강해졌다는 것은 그 숲에 사는 수많은 생물에게도 살아갈 공간이 생겼다는 뜻이다.

세계 오랑우탄의 날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도 여기에 있다.

‘오랑우탄 몇 마리가 남았을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랑우탄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숲을 우리는 남겨 놓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

붉은 털을 가진 ‘숲의 사람’을 지키는 일은 결국 숲을 지키고, 생물다양성을 지키고,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기후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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