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10곳 중 8곳 여전히 일회용품…“규제보다 회수·세척 시스템부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용을 제한하거나 다회용기를 나눠주는 수준을 넘어 회수와 세척, 재사용까지 연결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일회용품 감축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기반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지난 4월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을 내놓고 장례식장과 대형 사업장, 스포츠경기장 등 일회용품 사용량이 많은 시설을 중심으로 다회용기 전환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일회용품 사용이 광범위하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6~7월 전국 식품접객업소 2,353곳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82.9%에서 최소 한 종류 이상의 일회용품이 사용되거나 비치돼 있었다.
다회용기 도입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스포츠경기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서울환경연합이 올해 프로야구장을 조사한 결과 서울 고척스카이돔의 경우 전체 41개 매장 가운데 40곳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확인됐다. 나머지 한 곳은 조사 당시 영업하지 않아 실제 운영 중인 모든 매장에서 일회용품이 사용된 셈이다.
안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음식점에서 촬영한 사진을 제시하며 수저와 젓가락, 접시 등 식탁 위 식기 대부분을 일회용품으로 제공하는 사례도 지적했다.
현행 자원재활용법은 식품접객업소 등에 일회용 컵과 접시, 용기, 나무젓가락, 수저 등의 사용을 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음식점을 일일이 단속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만으로 사용량을 줄이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게 안 의원의 지적이다.
대안으로 제시된 곳은 전북 무주다.
지난 9월 4일부터 12일까지 열린 무주반딧불축제에서는 접시와 그릇, 컵 등 다회용기 64만1,470개가 사용됐다. 단순히 용기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축제장에서 사용한 용기를 다시 걷어 세척한 뒤 재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무주군에 따르면 이를 통해 약 44.9톤의 탄소배출을 줄인 것으로 산정됐다. 일회용품 수십만 개가 한 차례 사용된 뒤 쓰레기가 되는 대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지역축제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런 방식의 확산 필요성이 제기된다.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전국 지역축제는 2019년 884개에서 2025년 1,214개로 6년 만에 37.3% 증가했다.
안 의원은 “일회용품을 줄이려면 규제만 만들어 놓을 것이 아니라 소상공인이 비용과 일손 부담을 감당할 수 있고, 소비자는 다회용기를 쉽게 사용하고 반납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업소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회수·세척·재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영세업소의 초기 비용과 운영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도 다회용기를 몇 개 공급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회수해 다시 사용했고, 그 결과 일회용품 사용이 얼마나 줄었는지까지 정책 성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다회용기 확대와 함께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운영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관련 정책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결국 일회용품 감축 정책의 성패는 ‘다회용기를 몇 개 보급했느냐’보다 ‘얼마나 다시 사용했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다회용기를 공급하는 것에서 끝나는 정책을 넘어 회수와 세척, 재공급이 반복되는 지역 단위 순환망을 만드는 것이 다음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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