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늘공원, 억새 겨울까지 남긴다… 23년 만의 관리 방식 전환
멀리 떠나지 않아도 서울 도심에서 가장 큰 억새 군락을 만날 수 있는 월드컵공원 하늘공원이 올해부터 겨울 풍경을 바꾼다.
서울시는 억새축제 이후인 11월에 모두 베어내던 억새를 앞으로는 싹이 트기 전인 3~5월에 예초하기로 했다. 2002년 월드컵공원 조성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억새를 겨울까지 남겨 두는 조치다.
하늘공원 억새 군락은 약 9만4천㎡ 규모로, 해발 약 100m 고지대의 평탄한 지형에 대규모 억새가 조성된 사례로는 전국에서도 드물다. 매년 가을 억새축제를 통해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축제 이후에는 생육 관리를 이유로 억새를 모두 제거해 겨울철에는 풍경이 단조롭다는 지적이 있었다.
억새는 벼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로 자연 상태에서는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공원처럼 인공적으로 조성된 환경에서는 봄철 새싹이 나기 전 묵은 잎을 제거하지 않으면 고사할 수 있다는 지침에 따라, 그동안은 관리 비수기인 11~12월에 예초 작업이 이뤄져 왔다.
서울시는 이러한 관행을 바꿔 예초 시기를 3~5월로 늦추면서 겨울에도 억새를 존치하기로 했다. 겨울 억새는 가을의 은빛과 달리 금빛으로 마른 모습이 특징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사이에서 색다른 계절 풍경을 연출한다. 키보다 훌쩍 큰 억새 군락은 겨울철에도 시민들에게 이색적인 산책과 사진 촬영 공간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조치는 경관 변화에 그치지 않고 생태적 가치도 함께 높일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공원은 한강 인근에 위치한 산지형 공원으로, 붉은배새매와 새매, 황조롱이, 흰눈썹황금새 등 다양한 겨울 철새가 관찰되는 곳이다.
그동안 억새가 제거되면서 철새들이 먹이 활동이나 은신처로 활용할 공간이 부족했지만, 겨울 존치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서식 환경이 마련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봄철에도 일부 구간을 존치 구획으로 설정해 억새 생육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겨울 동안 고사한 개체를 중심으로 교체 식재를 진행해 군락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서울을 대표하는 억새 명소로서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예초 후 남은 억새는 조형물 제작이나 다른 공간에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자원 순환에도 활용된다.
신현호 서울시 서부공원여가센터 소장은 “이번 겨울 억새 존치를 통해 사계절 다른 얼굴을 가진 하늘공원을 시민들에게 선보이게 됐다”며 “생태계와 공존하는 공원 관리로 도심 속 자연의 가치를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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