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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3배 숲이 사라졌다”… 불법 금 채굴에 무너지는 페루 아마존

오두환 기자
오두환 기자
- [object Promise]분 걸림 -
가디언 홈페이지 기사 캡

페루 아마존 열대우림이 불법 금 채굴로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최근 공개된 위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무허가 채굴로 인해 14만 헥타르(약 540제곱마일)에 달하는 숲이 파괴된 것으로 드러났다. 14만 헥타르는 서울의 약 2.3배에 달하는 규모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8일자 기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환경단체 MAAP(Monitoring of the Andean Amazon Project)와 Conservación Amazónica의 공동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불법 채굴, 숲을 뒤덮다

보고서에 따르면, 페루 남부 마드레데디오스(Madre de Dios) 지역을 중심으로 불법 금 채굴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강변을 따라 드레지(수상 채굴선) 수백 대가 가동 중이다. 채굴업자들은 금을 얻기 위해 대량의 토양을 퍼 올리고, 강바닥을 뒤엎으며 숲을 통째로 밀어내고 있다.

연구진은 고해상도 위성 영상을 분석한 결과, 불과 몇 년 사이 북부 로레토(Loreto) 지역까지 채굴지가 확산된 사실도 확인했다. 나나이강 유역에서는 2017년 이후 드레지 989대가 포착됐으며, 올해에만 275대가 새로 발견됐다.

수은 오염, 사람과 강을 병들게 하다

채굴 과정에서 쓰이는 수은(mercury)은 지역 생태계와 주민의 건강을 위협한다. 금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강으로 흘러든 수은은 물고기 체내에 축적되고, 이를 섭취한 사람들에게 신경 손상과 기형 위험을 초래한다.

보고서는 일부 지역 주민들의 혈중 수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의 4배를 초과한다고 지적했다. 한 지역 주민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강을 오염시켰다. 그 강이 바로 우리가 마시는 물”이라며 분노를 표했다.

국제 범죄조직이 가담한 채굴 산업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불법 금 채굴은 단순한 환경 파괴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브라질, 콜롬비아 등지의 국제 범죄조직이 금 채굴과 밀수, 자금 세탁, 무기 거래를 결합한 복합 범죄 형태로 관여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의 Comando Vermelho(붉은 사령부), 콜롬비아의 Comandos de la Frontera(국경사령대) 같은 범죄 조직이 금 채굴 이익을 통해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포함됐다.

정부의 무대응 속에 번지는 황금의 탐욕

전문가들은 페루 정부의 느슨한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값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단속은 미비하고 지역 사회의 치안 공백은 커지고 있다.

한 환경운동가는 “지금의 추세라면 불법 채굴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는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위기와 인권, 모두의 과제

페루 아마존의 파괴는 단지 지역적 사건이 아니다. 열대우림은 지구 탄소 순환의 핵심 축이자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숲이 사라지면 지구의 기후 조절 기능이 약화되고, 그 피해는 전 세계로 확산된다.

지속가능한 자원 이용, 지역 공동체의 생존권 보장 그리고 기후 정의 실현, 이 세 가지가 함께 해결되지 않는다면 ‘황금의 숲’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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