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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정제 없이 벤젠 생산 성공… KAIST, 친환경 플라스틱 새길 열다

오두환 기자
오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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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KAIST 화학과 한순규 교수, 김태완 석박사통합과정,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최경록 교수,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KAIST]

페트병, 스티로폼, 나일론 등 일상 곳곳에서 쓰이는 BTEX(벤젠·톨루엔·에틸벤젠·파라자일렌)는 플라스틱의 핵심 원료다. 지금까지는 오직 석유 정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지만 국내 연구진이 ‘식물 기반 BTEX’ 생산의 난제를 풀었다.

KAIST 연구팀이 폐목재 등 바이오매스에서 얻은 포도당을 이용해 BTEX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석유 없이 플라스틱 원료를 만드는 친환경 기술의 길이 열린 것이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와 화학과 한순규 교수 공동 연구팀은 미생물 발효공정과 유기화학 반응을 결합한 새로운 방식으로, 포도당·글리세롤 같은 재생 가능한 바이오 원료로부터 벤젠·톨루엔·에틸벤젠·파라자일렌을 생산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 10월 2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미생물이 포도당이나 글리세롤을 이용해 페놀, 벤질알코올 같은 산소화된 중간물질을 만든 뒤, 이를 화학 반응으로 산소를 제거해 최종적으로 BTEX를 얻는 ‘생물+화학 융합공정’을 구축했다.

특히 이상엽 교수가 개발해온 ‘시스템 대사공학’ 기술을 활용해 미생물의 대사 경로를 새로 설계, 효율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아이소프로필 마이리스테이트(IPM)’라는 특별한 용매를 사용한 점도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IPM은 끓는점이 높고 BTEX와 잘 분리되는 특성을 지녀 복잡한 정제 없이 반응이 가능하다. 덕분에 공정이 단순해지고 생산 효율은 크게 높아졌다.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최경록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한 BTEX 생산을 넘어, 미생물과 화학 반응을 한 과정에서 통합할 수 있는 새로운 체계를 제시했다”며 “특히 IPM 덕분에 BTEX를 쉽게 분리·재활용할 수 있어 석유화학의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한순규 교수는 “잘 쓰이지 않던 용매(IPM) 안에서 미생물 대사공학과 화학 반응이 동시에 작동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라며 “기존 촉매와 시약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상엽 특훈교수는 “BTEX 수요는 세계적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성과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연료·화학 산업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데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차세대 바이오리파이너리 세포공장 원천기술 개발’‘첨단 합성생물학 원천기술 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KAIST 연구진은 앞으로 미생물이 원료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대사경로를 정교하게 설계하고, 산업 규모로 공정을 확장하며, 친환경 촉매를 도입해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플라스틱 생산의 출발점이었던 ‘석유’ 대신, 폐목재와 식물성 당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화학산업의 전환점이 마련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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