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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문턱 넘는 ‘한국의 갯벌’…인천·화성·부산은 또 빠졌다

오두환 기자
오두환 기자
- 6분 걸림 -
[인천환경운동연합]

서산·무안·고흥·여수 갯벌을 추가하는 ‘한국의 갯벌’ 2단계 세계유산 확대 등재가 유력해졌지만, 정작 수도권과 동남권의 주요 철새 서식지는 다시 명단에서 빠졌다. 인천 강화·영종·송도갯벌과 경기 화성갯벌, 부산 낙동강하구 갯벌이다.

환경단체들은 “철새 이동경로를 기준으로 인정받은 세계유산을 행정구역과 개발 논리에 따라 잘라 놓았다”며 정부에 3단계 확대 등재를 요구하고 나섰다.

부산·인천·화성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전국 127개 단체는 지난 20일 부산 벡스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벡스코에서는 지난 19일부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위원회는 한국이 신청한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안을 심의한다.

면적 22% 넓어지지만…핵심 철새 길목은 제외

‘한국의 갯벌’은 2021년 서천·고창·신안·보성-순천갯벌 등 4개 지역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유네스코는 당시 한국 갯벌이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의 핵심 서식지이자 멸종위기종 보전에 중요한 공간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기존 유산에는 동식물 2150종과 철새 118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번 2단계 사업은 충남 서산과 전남 무안·고흥·여수갯벌을 추가해 세계유산 면적을 12만8411㏊에서 15만6386㏊로 약 22% 넓히는 내용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은 지난달 확대 등재 승인을 권고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결정문 초안에도 2단계 확대를 승인하고, 잠재적인 세계유산 가치를 지닌 다른 갯벌을 분석해 후속 등재를 추진하도록 한국 정부에 강하게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후속 등재 대상의 구체적인 지역명이 빠졌다는 점이다. 시민단체들은 결정문에 인천·부산·화성을 명시해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개발보다 보전을 우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갯벌2026 윤미경 공동집행위원장은 “인천갯벌은 한강하구와 서해를 잇는 핵심 갯벌”이라며 “강화·장봉도·송도·영종·연평도 갯벌과 섬, 바다, 철새 서식지가 이어지는 하나의 생태축”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유산의 생태적 완전성을 위해 인천갯벌은 반드시 3단계 등재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보호지역 겹쳐도 개발 압력은 계속

부산 낙동강하구도 천연기념물과 습지보호지역 등으로 지정됐지만 각종 개발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넓적부리도요와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큰뒷부리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등 국제적 멸종위기 조류가 이곳을 먹이터와 휴식처로 이용한다.

박중록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낙동강하구는 오래전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갯벌이자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의 핵심 서식지로 평가받은 곳”이라며 “한국 갯벌 세계유산의 완전성을 위해 반드시 등재돼야 한다”고 말했다.

화성갯벌도 사정은 비슷하다. 매향리갯벌과 화성습지는 넓적부리도요 등 멸종위기 철새의 주요 기착지이지만 관광개발과 신도시, 공항, 항만, 경마장 건설 계획 등의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최오진 화성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화성갯벌은 경기도 최대 탄소흡수원이자 멸종위기 철새의 주요 기착지”라며 “2단계 등재가 골인 지점이 아니라 3단계 확대 등재를 위한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했다.

“철새 이동경로는 하나인데 보호는 조각조각”

한국의 갯벌은 하나의 넓은 지역이 아닌 여러 갯벌을 묶어 등재한 ‘연속유산’이다. 서로 떨어진 갯벌도 철새의 먹이터와 휴식처, 번식지로 연결돼 전체 생태계를 이룬다는 의미다. 세계유산위원회도 2021년 최초 등재 당시 철새가 이용하는 핵심 지역을 더 충실히 포함하도록 추가 확대 필요성을 제시했다.

시민단체들은 “철새는 서천과 인천, 화성과 부산의 행정 경계를 구분하지 않는다”며 “일부 갯벌만 세계유산으로 지정하고 나머지는 매립과 개발에 내맡긴다면 생태적 연결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를 향해 “2단계 등재 이후 관심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금부터 3단계 등재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며 “남은 갯벌을 어떻게 보호하고 지역사회의 동의를 얻을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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