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면이 바다인데…해양보호구역도 쓰레기로 뒤덮였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의 바다는 지금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특별 관리가 이뤄져야 할 해양보호구역마저 예외가 아니었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전국 해양보호구역의 90% 이상이 해양쓰레기 관리 부실 상태에 놓여 있다”며 관리체계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녹색연합은 올해 4월부터 전국 해양보호구역 전수조사를 벌였다. 17일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쓰레기가 제대로 관리되는 곳은 열 곳 중 한 곳도 되지 않았다.
전체 영해의 1.8%뿐인 해양보호구역
한국의 해양보호구역은 환경부 국립공원, 해양수산부 해양보호구역, 국가유산청 자연유산과 천연기념물 등으로 나뉜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나 세계자연유산도 포함되지만, 이들을 모두 합쳐도 전체 영해의 1.8%에 불과하다.
한국은 유엔 생물다양성 협약(쿤밍-몬트리올 프레임워크)에 따라 2030년까지 보호구역을 30%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행 관리 실태는 낙제점이다.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쓰레기화된 보호구역’이었다. 태안해안국립공원과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신안 세계자연유산 해변 곳곳에는 띠처럼 길게 늘어선 쓰레기띠가 형성돼 있었다. 소매물도와 욕지도 같은 절벽 지형에는 접근조차 어려운 곳에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방파제 주변에는 밀려온 쓰레기가 인공 구조물에 갇혀 축적되고 있었다. 해저에는 폐어구와 낚싯줄이 방치돼 남방큰돌고래, 상괭이 같은 국제적 보호종의 생존을 위협했다.
“쓰레기 관리 주민에만 의존”
녹색연합은 쓰레기 관리가 주민 자발적 정화활동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 대이작도의 경우 주민들이 쓰레기를 모아뒀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2년째 수거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 해양쓰레기 발생량은 연간 14만5천 톤. 이 중 65% 이상이 하천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육상 기원 쓰레기였다. 해상에서 발생한 어업 관련 쓰레기도 34%에 달했다. 쓰레기 대부분은 플라스틱이었다. 환경부와 해수부가 해양폐기물관리위원회를 운영 중이지만, 하구 쓰레기 수거와 비용 분담 문제는 여전히 갈등 요인으로 남아 있다.
지자체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5년간 수거된 해양쓰레기의 90%가량을 지자체가 떠맡았다. 같은 기간 지자체 예산은 3,654억 원으로 3.5배 늘었지만, 중앙정부 지원은 부족했다. 보호구역을 지정한 부처들의 직접 수거 비율은 10% 남짓에 그쳤다.
생태계 파괴와 경제적 손실
해양쓰레기는 경관 훼손을 넘어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매년 해양 포유류 10만 마리, 바닷새 100만 마리가 해양쓰레기로 죽거나 위협받는다고 추산한다. 방치된 폐어구로 발생하는 ‘유령어업’으로 인해 연간 어획량의 10%가 손실되고, 피해액만 약 4,4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 떠넘기기 멈추고 제도 개혁해야”
녹색연합은 “보호구역을 관리해야 할 책임을 지자체에 전가하는 현행 구조는 근본적으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양수산부·환경부·국가유산청 등 관리 주체가 직접 책임을 지고, 중앙정부가 재정·행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해양보호구역 기본법을 제정해 일원화된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0년 해양보호구역 30% 확대라는 국제적 약속을 앞두고, 쓰레기로 뒤덮인 현장의 현실은 한국이 선택해야 할 방향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지금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