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상위 포식자 ‘도둑갈매기’, 번식지 따라 ‘먹이’ 달라졌다

남극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인 남극도둑갈매기가 번식지 환경에 따라 먹이를 선택하는 ‘현지화 식단’을 취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극지연구소는 남극 로스해 북부 빅토리아랜드 일대 4개 번식지에 서식하는 남극도둑갈매기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지역별로 식이 구성이 뚜렷하게 달라지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 40여 년간 비교 연구가 부족했던 북부 빅토리아랜드 지역을 대상으로 수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2021년 11~12월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4개 서식지에서 성체 도둑갈매기 41마리의 혈액을 채취해 안정동위원소 분석법으로 식단을 추적했다. 이 방법은 수일간 섭취한 먹이를 과학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어, 배설물 분석보다 정밀한 식이 정보를 제공한다.
분석 결과, 도둑갈매기의 식단은 번식지에 따라 극명하게 달랐다.
케이프 할렛과 인익스프레서블섬처럼 아델리펭귄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펭귄의 알과 새끼가 주요 먹이였다. 반면 황제펭귄 번식지 인근인 케이프 워싱턴에서는 황제펭귄 알의 비중이 높았다.
케이프 뫼비우스 개체군은 더 다양했다. 웨델물범 사체와 태반, 아델리펭귄, 어류 등을 폭넓게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먹이 경쟁을 피하고 가장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을 선택한 결과”로 분석했다.
이 같은 결과는 도둑갈매기가 단순한 기회주의적 포식자를 넘어, 환경에 맞춰 먹이 전략을 조정하는 ‘적응형 포식자’임을 보여준다.
상위 포식자의 식단 변화는 생태계 건강을 읽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김정훈 박사는 “상위포식자인 도둑갈매기의 식단 변화를 모니터링하면 펭귄이나 어류 등 하위 영양 단계 생물들의 분포와 다양성 변동 같은 생태계 이상 징후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문 1저자인 김지희 연수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남극도둑갈매기의 먹이 이용 패턴을 정량적으로 비교한 사례로, 남극 생태계에서 포식자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이번 연구는 남극 생태계가 지역마다 서로 다른 먹이 구조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공간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남극 생태계 연구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에너지환경부 ‘남극특별보호구역 모니터링 및 남극기지 환경관리’ 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PLOS ON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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