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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3200마리 죽었는데…왜 죽었는지도 모르는 정부

오두환 기자
오두환 기자
- 6분 걸림 -
동물원에 있는 멸종위기종인 호랑이와 레서판다, 두루미를 표현한 만화 이미지
[챗지피티]

동물원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 수천 마리가 폐사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들이 왜 죽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사 원인을 ‘자연사’와 ‘자연사 외’ 단 두 가지로만 분류하고 있어서다. 멸종위기종 보호를 책임진 정부의 관리체계가 폐사 숫자를 세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동물원 멸종위기종 폐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1년부터 2026년 6월 말까지 전국 동물원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 3200마리가 폐사했다.

같은 기간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238마리, 천연기념물은 328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3200마리 중 1976마리 ‘자연사 외’

더 눈에 띄는 것은 폐사 원인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 3200마리 가운데 자연사는 1224마리였지만, 질병 등이 포함된 ‘자연사 외’ 폐사는 1976마리로 전체의 61.8%를 차지했다. 10마리 중 6마리 이상이 노령 등에 따른 자연사가 아닌 다른 이유로 죽은 셈이다.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도 자연사 102마리보다 자연사 외 폐사가 136마리로 많았다. 자연사 외 비율은 57.1%였다. 천연기념물 역시 자연사 153마리, 자연사 외 175마리로 자연사 외 폐사가 53.4%를 차지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자연사 외’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정부 통계만으로는 알 수 없다. 질병으로 죽었는지, 사육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는지,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는지조차 구분되지 않는다.

결국 폐사 숫자는 있는데 원인은 없는 셈이다.

병사도 사고사도 모두 ‘그 외’…책임도 못 가린다

기후부는 폐사 원인을 ‘자연사’와 ‘자연사 외’ 두 가지로만 관리하고 있다. 병사와 사고사 등 구체적인 원인을 별도로 집계하는 체계가 없다.

이는 단순한 통계상의 허점을 넘어선다. 폐사 원인이 제대로 분류되지 않으면 특정 동물원에서 같은 질병이나 사고가 반복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사육환경이나 방역, 치료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도 추적하기 어렵다. 관리 부실 여부를 가려내고 재발을 막을 기초자료 자체가 부실한 것이다.

특히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원 운영자에게 보유동물의 폐사와 건강상태 검사 등을 기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4월에도 질병 발생 시 조치와 질병관리 행동요령을 담은 ‘동물원 질병관리지침’을 전국 등록 동물원 121곳에 배포했다.

질병관리를 강화하겠다며 지침까지 만들었지만 정작 동물이 죽은 뒤 정부가 관리하는 통계는 ‘자연사냐, 아니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부는 “폐사 원인별 분류체계에 대한 직접적인 법령이나 별도 통계 관리 지침이 존재하지 않아 자연사(노령), 그 외(병사 등)로 분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이나 지침이 없어서 세분화하지 않았다는 설명이지만, 멸종위기종 보호 정책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가 스스로 필요한 관리 기준조차 만들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멸종위기종 보호한다면서 왜 죽었는지도 몰라”

더구나 ‘자연사 외’ 폐사가 곧바로 동물원의 관리 소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질병이나 불가피한 사고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더욱 세밀한 통계가 필요하다. 현재 자료로는 관리 소홀이 있었는지조차 검증할 수 없다. 정부의 부실한 분류체계가 문제의 원인을 가리고 책임 소재까지 흐리는 구조인 셈이다.

박 의원은 “국회의 거듭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주무 부처인 기후부가 멸종위기종의 폐사 원인 분류를 체계화하지 않는 것은 매우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라며 “폐사 원인을 세분화할 수 있는 명확한 분류체계를 조속히 구축하여,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멸종위기종 보호 및 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물원은 단순히 희귀동물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다. 현행법도 동물원의 목적에 보유동물의 복지 증진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명시하고 있다.

멸종위기종을 보호한다면서 정작 죽은 이유조차 제대로 기록·분석하지 못한다면 ‘보호’라는 말은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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