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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 “기후위기 시대, 도서관은 지혜의 실천소 돼야”

오두환 기자
오두환 기자
- 6분 걸림 -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오두환 기자]

“그동안 우리가 겪어온 대부분의 환경 문제들은 전부 지역적인 문제, 국지적인 문제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전 지구적인 환경 문제가 등장했습니다. 지금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 아니 모든 생물들은 기후변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모두가 함께 겪는다는 건,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지난 23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경기도서관 국제컨퍼런스’에서 ‘기후위기 시대와 도서관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섰다.

그는 “기후위기는 어느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과제”라며 “도서관이야말로 그 해법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기후위기가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정립해야 하는 생태적 전환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의 배후에도 기후 변화가 있었다고 보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열대 정글에 살던 박쥐들이 기온 상승으로 온대 지방으로 이주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바이러스들이 인간 사회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멈추지 않는 한 우리는 주기적으로 팬데믹을 겪게 될 겁니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의 논문을 인용하며 “지난 100년 동안 열대 박쥐 40여 종이 중국 남부, 라오스 북부, 베트남 북부로 이주하면서 100종 이상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새로 유입됐다”며 “이 중 하나가 인류와 ‘나쁜 의미의 궁합이 맞아’ 코로나19로 번졌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위기를 늦추거나 멈추지 않는다면, 바이러스는 계속 우리 삶의 곁으로 올 것”이라며 “결국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연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힘은 공부에서 나왔다. 이제는 문화와 숙론의 시대다”

최 교수는 한국 사회가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배경을 “공부”로 꼽았다.

그는 “우리는 자원이 풍족한 나라도 아니고, 조상님에게 물려받은 것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머리에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공부의 힘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대한민국은 경제를 넘어 문화 강국으로 가고 있다”며 “그 중심에 도서관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구 선생님께서 ‘내가 꿈꾸는 나라는 문화강국’이라고 하셨습니다. 문화강국을 이루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기관이 바로 도서관입니다. 미술관, 박물관도 중요하지만, 도서관은 모두가 모여 생각을 나누는 곳입니다.”라고 말했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오두환 기자]

하지만 그는 한국 사회의 한계를 지적하며 “우리는 둘러앉아 대화하는 걸 잘 못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치권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자기 주장만 하고 남의 말을 들을 줄 모릅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남의 얘기를 경청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기술만 배우면 범접할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도서관은 이제 조용한 곳이 아니라, 숙론의 장소가 돼야 한다”

최 교수는 자신이 펴낸 저서 『숙론』을 언급하며 “토론(Discussion)은 ‘누가 옳으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그런 숙론의 문화가 도서관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서관은 더 이상 조용히 책만 읽는 곳이 아닙니다. 도서관에서 옹기종기 모여 책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사회의 문제를 논의하며,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 곳이 돼야 합니다. 경기 도서관이 바로 그런 도서관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기후위기 시대의 도서관은 단순한 지식의 창고가 아니라 지혜의 실천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서관은 세대와 세대를 잇고, 인간과 자연을 잇는 공간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무엇이 옳은가를 함께 찾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도서관의 새로운 역할이며, 기후위기 시대의 희망입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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