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첫 기후 난민 이주, 모델 아닌 경고의 사례

미국이 연방정부 자금으로 처음 추진한 ‘기후 이주’ 프로젝트가 3년 만에 후회와 경고의 사례로 남았다. 해수면 상승과 허리케인으로 집터를 잃은 원주민 공동체가 강제에 가까운 이주를 택했지만, 새 거주지는 열악한 주거 환경과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루이지애나 일루미네이터(Louisiana Illuminator)는 26일자 기사 “수백만 명이 기후 이주에 직면한 가운데, 미국의 첫 시도는 경고와 후회로 이어졌다”에서 루이지애나 장 샤를 섬(Isle de Jean Charles) 원주민들의 사례를 집중 보도했다.
장 샤를 섬은 19세기부터 빌록시-치티마차-촉토(Biloxi-Chitimacha-Choctaw) 원주민의 터전이었지만, 수십 년간의 해안 침식과 폭풍,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면적이 2만2천에이커에서 320에이커로 줄어들며 사실상 ‘가라앉는 섬’이 됐다.
2016년 미국 정부는 4,830만 달러(약 660억 원)의 연방 기금을 투입해 섬 주민 37가구를 내륙 40마일 떨어진 ‘뉴 아일(New Isle)’로 이주시켰다. 이는 미국 역사상 첫 연방정부 전액 지원 기후 이주 사업이었다.
그러나 이주 3년 뒤, 주민들은 새 집에서 비가 새고, 전자제품이 고장 나며, 마당이 침수되는 등 열악한 주거 환경을 호소하고 있다.
공동체 내부 갈등도 불거졌다. 이주 계획은 원래 특정 부족을 위한 공동체 재건을 목표로 했지만, 다른 부족까지 포함되면서 목적이 흐려졌고, 일부 주민들은 “주민 목소리가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루이지애나 일루미네이터는 “이 프로젝트는 애초 미국 해안 지역 수백만 명이 앞으로 직면할 ‘기후 이주’의 모델로 주목받았지만, 현재는 경고 사례로 언급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루이지애나가 미국 내에서 가장 심각한 해안 침식과 홍수 위험에 처한 지역임에도 주 정부가 체계적인 ‘이주 전략’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연방 회계감사원(GAO) 역시 “미국은 해안 공동체 이주를 위한 국가 전략이 없다”며 제한적인 예산만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알래스카 원주민 마을 30여 곳도 해수면 상승과 영구동토 융해로 이주가 필요하지만, 본격적으로 옮긴 곳은 단 한 곳뿐이다.
앞으로 25년 안에 2백5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해안에서 이주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뉴 아일’은 기후 위기가 불러올 강제 이주의 어려움과 과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지금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