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지붕에 ‘햇빛 통장’이 생겼다…전기 팔아 함께 나누는 햇빛소득마을

햇빛은 누구에게나 공짜로 내리쬔다. 그런데 햇빛을 전기로 바꾸면 마을버스를 운행하고, 어르신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며, 아이들의 장학금도 마련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는 ‘햇빛소득마을’ 이야기다.
햇빛으로 어떻게 돈을 벌까
햇빛소득마을은 주민들이 마을회관이나 창고, 축사 지붕, 주차장, 저수지 주변 등 사용하지 않는 공간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태양광판이 햇빛을 받아 전기를 만들면, 마을은 이 전기를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주민들은 10명 이상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든다. 협동조합은 여러 사람이 돈과 뜻을 모아 함께 운영하는 회사와 비슷하다. 특정 기업이 발전소를 세우고 돈을 가져가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들이 사업의 주인이 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업에 참여하려면 마을 주민 70% 이상이 찬성하고 마을총회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번 돈으로 마을버스도 달린다
전기를 팔아 번 돈은 주민들에게 나눠 주거나 마을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어르신 식사와 돌봄, 마을버스 운영, 장학금 지급, 공동시설 보수 등에 쓰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 여주시 구양리다. 주민 70가구가 협동조합을 만들고 마을회관과 창고 지붕, 주차장 등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했다. 이 마을은 한 달에 약 1000만 원의 수익을 올려 무료 점심과 마을버스, 장학금 등에 사용하고 있다. 햇빛이 마을 주민의 생활을 돕는 공동 통장이 된 셈이다.
올해 처음 86개 마을 선정
정부는 2026년 1차 공모에 신청한 129개 마을 가운데 86개 마을을 햇빛소득마을로 선정했다. 이어진 2차 공모에는 전국에서 617개 마을이 신청했다. 정부는 올해 700곳 이상, 2030년까지 3000곳 이상의 햇빛소득마을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선정된 마을은 발전사업 허가와 부지 확보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비는 최대 85%까지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설치비 전부를 공짜로 주는 것은 아니다. 상당 부분은 마을이 앞으로 발전 수익으로 갚아야 하는 융자금이다.
태양광판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의 약속
햇빛소득마을이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태양광판을 설치할 땅을 찾기 어렵거나, 생산한 전기를 전력망에 연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시설을 어디에 설치할지, 번 돈을 어떻게 나눌지를 두고 주민 사이에 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수익이 얼마나 생길지만큼 중요한 것이 주민들의 약속이다. 돈의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어린이와 어르신을 포함한 마을 전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해야 한다.
햇빛소득마을은 단순히 태양광판을 많이 설치하는 정책이 아니다. 마을 주민이 직접 깨끗한 전기를 만들고, 그 수익으로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공동체 실험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햇빛을 마을 모두의 소득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햇빛소득마을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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