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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머리돌고래 6배 급증…달라지는 동해 바다 생태계

오두환 기자
오두환 기자
- [object Promise]분 걸림 -
항공기에서 목시조사하는 국립수산과학원 직원들
[국립수산과학원]

올여름 동해 상공을 날던 관찰자들의 눈에 뜻밖의 장면이 포착됐다. 지구에서 두 번째로 큰 동물인 참고래가 무려 6마리나 확인된 것이다. 참고래가 여름철 동해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지난 8월 실시한 항공 목시조사 결과, 참고래 6마리와 밍크고래 8마리를 포함해 총 5종 1,649마리의 고래류를 관찰했다고 1일 밝혔다.

“2만 톤 배 크기” 참고래, 왜 동해에?

참고래는 길이 최대 23m까지 자라는 바다의 거인으로, 몸무게만 70톤이 넘는다. 일반적으로는 오호츠크해와 북태평양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여름철 동해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종이다. 이번 발견은 학계에도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수과원 관계자는 “대형고래가 동해에서 확인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해양생태계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며 “수온 상승, 해류 변화, 먹이 이동 등 복합적인 요인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큰머리돌고래는 ‘6배 급증’

눈길을 끄는 또 다른 결과는 큰머리돌고래의 급증이다. 이번 조사에서 422마리가 발견됐는데, 지난해 같은 조사보다 무려 6배 많은 수치다. 큰머리돌고래는 보통 열대·온대의 깊은 바다에 분포하며, 몸길이가 4m에 달하는 중형 돌고래다.
연구진은 동해에서의 개체수 급증 원인으로 해수 온도의 상승을 지목하고 있다. 다만 참고래의 출현까지 같은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며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항공기에서 촬영한 참고래
[국립수산과학원]

“동해가 달라지고 있다”

밍크고래 8마리도 이번 조사에서 함께 확인됐다. 밍크고래는 비교적 작은 대형고래(성체 약 10m)로, 주로 북태평양 해역에서 여름을 나는 종이다. 참고래와 마찬가지로 동해에서 여름철 목격된 것은 흔치 않다.

최용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여름철 우리나라 동해 바다에서 이렇게 다양한 고래가 대거 관찰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수온·해류 변화, 먹이 생물 이동 같은 해양환경 요인을 종합적으로 살펴 후속 연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고래들의 바다’로 변하는 동해

동해는 그동안 돌고래류가 주로 관찰되던 해역이었지만,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풍부한 종 다양성은 해양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참고래와 같은 대형 해양포유류의 등장 여부는 기후변화가 바다 생물의 분포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작년까지만 해도 보기 어려웠던 고래들이 불과 1년 만에 6배나 늘고, ‘바다의 거인’까지 모습을 드러낸 동해. 연구진의 눈에 비친 이번 장면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바다의 변화가 한창 진행 중임을 보여주는 생태의 경고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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