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북극곰 깨운 ‘뱃고동 한 번’…750만원짜리 장난 됐다

북극의 고요를 깨뜨린 뱃고동 한 번의 대가는 컸다.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에서 잠자던 북극곰을 일부러 깨운 사람이 우리 돈 약 75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등 외신에 따르면 이달 초 스발바르 북동부의 한 피오르드를 항해하던 선박에서 탑승자들이 육지에 누워 잠든 북극곰을 발견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선박에 있던 한 사람이 북극곰을 깨우기 위해 뱃고동을 울렸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잠에서 깬 북극곰은 결국 자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스발바르 당국은 이 행동을 야생동물에 대한 불필요한 방해로 판단해 5만 노르웨이 크로네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당사자는 이를 받아들여 과태료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신원과 국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가까이 가지 않는 것’ 넘어 ‘방해하지 않을 의무’
스발바르에서는 북극곰을 보는 것 자체가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이지만, 야생의 북극곰을 사람의 볼거리로 만들기 위한 행동은 엄격하게 제한된다.
현행 스발바르 환경보호법은 북극곰을 불필요하게 방해하거나 유인·추적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2025년 1월부터는 거리 규정도 강화돼 북극곰과 최소 300m 이상 떨어져야 한다. 새끼를 낳고 활동이 민감한 3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는 최소 거리가 500m로 늘어난다. 우연히 그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북극곰을 발견했다면 사람이 먼저 물러나야 한다. 이 규정은 선박에도 적용된다.
노르웨이는 1973년 캐나다·덴마크·미국·옛 소련과 함께 국제 북극곰 보호협정에 서명했고, 스발바르에서도 이후 북극곰 사냥이 금지됐다. 한때 집중적인 사냥으로 크게 줄었던 북극곰 개체수는 보호 이후 회복세를 보였다.
스발바르 북극곰 약 264마리…기후변화가 더 큰 위협
2015년 조사에서는 당시 스발바르 육지와 빙하 지역에 머물던 북극곰이 약 264마리로 추정됐다. 통계적 추정 범위는 199~363마리였다. 같은 조사에서 스발바르와 노르웨이령 바렌츠해 유빙 지역을 합친 북극곰은 약 973마리로 추산됐다. 따라서 ‘스발바르에 북극곰 260마리가 산다’는 표현은 2015년 특정 시점의 조사 결과라는 점을 함께 설명할 필요가 있다.
북극곰에게 더 근본적인 위협은 기후변화다. 주요 먹이인 물범을 사냥하려면 바다 얼음이 필요한데, 북극의 해빙 감소는 사냥터와 번식지를 동시에 바꾸고 있다. 노르웨이극지연구소도 해빙 감소가 계속될 경우 어린 북극곰의 생존과 개체군 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야생동물을 만났다면 더 잘 보기 위해 깨우거나 움직이게 할 것이 아니라,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좋은 관찰법이라는 것이다. 북극에서는 관광객의 짧은 호기심조차 야생동물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방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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