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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의무화 백지화… 환경단체 “정책 후퇴” 반발

오두환 기자
오두환 기자
- 4분 걸림 -
일회용 커피컵
[픽사베이]

정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의무화를 사실상 폐지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꾼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를 꾸준히 요구해 온 환경단체와 정부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기후에너지환경부(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플라스틱 감축의 실질적 수단으로 ‘가격 내재화’ 제도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의무화를 폐지하고 지자체 자율조례로 시행 근거를 바꾸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을 연내 추진할 계획이다.

개정 이후에는 환경부가 관련 운영·관리 기능을 모두 중단할 예정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소비자가 커피나 음료를 일회용컵에 담아 구매할 때 보증금을 내고, 컵을 반납하면 돌려받는 제도다. 2002년 처음 도입됐다가 시행 혼선과 낮은 회수율 등으로 2008년 폐지됐다. 이후 2020년 자원재활용법 개정을 통해 2022년 세종과 제주에서 시범 운영이 재개됐지만, 시행 때마다 ‘탁상행정’ 논란이 이어졌다.

소비자는 반납의 번거로움을 호소했고, 매장은 인건비와 보관 공간 부족, 비용 부담을 이유로 참여를 꺼렸다. 실제 세종과 제주에서의 반환율은 2023년 10월 73.9%까지 올랐다가 2024년 6월 44.3%로 다시 급락했다.

매장 참여율도 세종 64.9%, 제주 94.6%에서 각각 31.3%, 44.8%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제도는 결국 ‘정책 실험’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문재인 정부 당시 전국 시행이 추진됐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소상공인 부담을 이유로 유예됐다. 이번 이재명 정부가 전국 의무화 추진을 접고 자율 시행으로 방향을 튼 것은 사실상 전국 확대 계획의 종지부로 해석된다.

환경단체들은 윤석열 정부의 유예 결정 당시부터 “전국 확대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제도 시행을 미루는 것은 정책 후퇴”라고 비판해 왔다.

반면 정부는 현장 수용성이 낮고 실질적 감축 효과도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만으로는 감량 효과가 미흡해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실효적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소희 의원은 “환경부가 환경단체 눈치를 보던 관행에서 벗어나 현장의 문제를 인정하고 정책 전환에 나선 점은 환영할 일”이라며 “이제는 소비자와 매장 모두에게 부담만 주는 제도를 넘어, 다회용기 사용 확대와 인센티브 기반의 참여형 탈플라스틱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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