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에 태어난 아기 호랑이, 서울대공원에서 100일 맞았다

서울대공원에 경사가 났다. 멸종위기종이자 ‘한국 호랑이’의 혈통을 잇는 시베리아 호랑이 새끼 한 마리가 지난 6월 6일 현충일 낮 12시에 태어난 것이다. 오는 9월 13일이면 출생 100일을 맞는다.
서울대공원은 이번 탄생이 2022년 이후 3년 만의 출산이자, 노령 개체에서 나온 뜻깊은 결과라고 밝혔다. 부모 호랑이 ‘로스토프’(수컷)와 ‘펜자’(암컷)는 모두 올해 15살로, 일반적으로 번식이 어렵다고 알려진 나이다.
더욱이 두 호랑이는 2010년 러시아 야생에서 태어나, 2011년 한·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서울동물원으로 온 귀한 개체다.
이번 새끼는 국제적으로도 순수 혈통을 유지한 보전 가치가 크다. 새끼 호랑이의 외할머니 역시 러시아 연해주 야생에서 구조된 개체여서, 혈통 계보가 분명히 이어진 셈이다.
서울대공원은 안정적인 출산 배경으로 조용한 서식 환경 조성과 건강 관리 노력을 꼽았다. 맹수사 주변에 서양측백나무를 빼곡히 심어 관람객과 차량 소음을 줄였고, 관리도로 개방 시간을 늦춰 호랑이가 충분히 쉴 수 있도록 했다. 또 메디컬 트레이닝으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며 건강 모니터링을 이어왔다.

새끼 호랑이는 앞으로도 세심한 건강 관리 속에 자란다. 서울대공원은 8월 첫 접종을 시작으로 총 5차 예방 접종을 진행하며, 내실에는 CCTV를 설치해 24시간 관찰하고 있다. 오는 11월 중순, 모든 접종이 끝난 뒤 시민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이름은 시민 공모로 정한다.
박진순 서울대공원장은 “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 속에서 귀한 새 생명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며 “새끼 호랑이가 건강히 자라 종 보전의 희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탄생은 단순히 귀여운 아기 동물이 아니라, 한반도의 상징이자 세계적으로도 귀한 혈통을 잇는 보전의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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