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로 번 돈, 전부 돌려놔라”… 호주, 부당이익 환수법 추진

호주 정부가 환경법을 위반한 기업이 얻은 모든 금전적 이익을 환수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단순한 벌금 부과를 넘어, 불법으로 얻은 수익 자체를 ‘범죄의 결과물’로 간주해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 개혁이다.
머리 왓(Murray Watt) 호주 환경부 장관은 22일 “환경을 훼손해 돈을 버는 기업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며 새로운 환경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이번 법안은 향후 2주 안에 연방 의회에 제출될 예정으로, 기업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의 원칙을 법적으로 확립하는 것이 목적이다.
“불법으로 얻은 이익, 그대로 둘 수 없다”
왓 장관은 “환경법 위반으로 얻은 부당이익을 환수하지 않는다면, 법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불법행위를 통해 이익을 얻는다면, 그 이익은 반드시 되돌려져야 한다”며 “환경파괴는 단순한 행정 위반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법안에는 환경법 위반 시 이익 환수 절차를 제도화하는 공식(civil penalty formula)이 새로 포함됐다. 기존의 벌금 제도를 보완해, 위반행위를 통해 얻은 금전적 이득을 계산해 전액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한 개인 위반자는 최대 160만 호주달러(약 1억4천만 원), 기업은 최대 8억2천5백만 호주달러(약 72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처벌 기준을 크게 강화했다.
이와 함께 독립 환경보호청(EPA)의 권한이 확대된다. 환경 피해가 발생했거나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EPA는 ‘작업 중단 명령(Stop-work order)’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이 명령이 내려지면 해당 기업은 즉시 모든 사업 행위를 중단해야 하며, 위반 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개발 사업, 환경 순이익 증명해야”
새로운 법안은 개발사업 승인 절차도 크게 바꾼다. 이제 기업은 사업 추진 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하고도 ‘순이익(net gain)’을 낼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다시 말해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회피하는 조치(avoid·mitigate)를 우선 취하고, 남은 영향에 대해서는 보상(offset)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피해를 ‘줄이는’ 수준에서 ‘자연을 더 나은 상태로 복원하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또한 법안에는 ‘환경 기준 후퇴 금지 조항(Non-regression clause)’이 포함돼 있다. 이 조항은 현재의 환경 보호 수준을 절대 낮추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로, 향후 정부가 산업계의 압력에 따라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법적으로 막는다.
왓 장관은 “이 법은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만큼 중대한 변화”라며 “환경을 지키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의무이자,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개혁안을 크리스마스 이전에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여당 노동당과 녹색당, 보수 야당 간의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치권·시민단체 반응 엇갈려
녹색당(그린스)은 이번 개혁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석탄·가스 개발 프로젝트의 기후 영향이 여전히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기후위기 관점이 빠진 불완전한 개혁”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환경법이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경제 정의의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호주는 세계 최대의 석탄 수출국 중 하나로, 지난 수년간 채굴·벌목·대형 인프라 사업을 둘러싼 환경 분쟁이 이어져 왔다.
이번 개혁은 “벌금 내고 계속 파괴한다”는 사회적 비판을 종식시키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익보다 자연이 먼저”
머리 왓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제 기업의 우선순위는 ‘이익’이 아니라 ‘책임’이 되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환경보호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법은 명확해야 합니다 — 자연을 훼손한 기업은, 그로부터 얻은 이익을 가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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