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는 예쁜데, 나무는 괜찮을까…청주 ‘하트 가로수’의 두 얼굴

충북 청주시 도심에 등장한 ‘하트 모양 은행나무’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시민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도시경관 정책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사람이 원하는 모양을 만들기 위해 나무의 가지를 지나치게 잘라낸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쟁점은 간단하다. 사람 눈에는 예쁜데, 과연 나무에도 괜찮은가라는 것이다.
청주시의 ‘하트나무 가로수길’은 시청 제1임시청사 인근 약 350m 구간의 은행나무 41그루를 하트 모양으로 정비한 거리다. 산림청의 ‘가로수 관리 톱5’ 공모에서 청주는 2위에 선정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진 촬영 명소로 알려지면서 도시경관 개선과 원도심 활성화 측면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우수 가로수 관리’라는 평가를 나무의 건강까지 보장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은행나무는 강하다…하지만 ‘잘라도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다
청주시는 은행나무가 가지치기에 비교적 강한 수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은행나무는 토양 압박과 대기오염 등 도시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 세계적으로 가로수로 널리 사용된다.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진도 은행나무를 도시 토양과 오염에 대한 내성이 강한 수종으로 평가한다.
강한 전정을 견디는 회복력도 확인된다. 50년 된 은행나무를 강하게 전정한 뒤 이듬해 새로 나온 잎의 크기가 이전보다 커지고 엽록소 함량도 증가한 사례가 학술적으로 보고됐다. 나무가 잃어버린 잎을 보충하기 위해 일종의 보상성 생장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결과를 ‘많이 잘라도 문제가 없다’는 근거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회복했다는 것은 오히려 나무가 손실된 광합성 기관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 에너지를 투입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 산림청은 수관의 크기와 상태가 나무의 광합성 능력과 직접 연결돼 있으며, 풍성하고 건강한 수관을 가진 나무일수록 일반적으로 생장도 활발하다고 설명한다. 잎과 잔가지가 대거 사라지면 그만큼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면적도 일시적으로 줄어든다.
국내 연구도 “반복적인 과도한 전정, 환경 기능 떨어뜨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한 번의 가지치기’보다 같은 모양을 유지하기 위한 반복 전정이다.
국내 가로수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은행나무와 버즘나무 등 대형 가로수가 전선이나 간판 등을 이유로 반복적인 과도 전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런 관리가 경관뿐 아니라 탄소흡수 등 환경·생태적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로수의 역할은 단순히 보기 좋은 나무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늘을 만들어 도심 온도를 낮추고 빗물을 가로채며 탄소와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하는 것도 중요한 기능이다. 이 기능 상당 부분은 결국 ‘얼마나 건강하고 넓은 수관과 잎을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겨레 보도에서 이재헌 아보리스트는 청주 하트 가로수에 대해 “주 줄기인 머리 부분 등을 너무 심하게 자른 듯하다”며 “광합성 작용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해 병충해에 취약해지거나 생장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청주시는 “은행나무는 가지치기 등을 해도 생육·성장 등에 큰 해가 생기지 않는 비교적 강한 수종”이라며 추가 조성까지 검토하고 있다.
두 주장 가운데 어느 한쪽만 맞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은행나무의 높은 회복력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불필요한 수관 제거까지 생리적으로 유익하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트’가 아니라 얼마나, 어떻게 잘랐느냐다
결국 판단의 기준은 모양이 아니다.
하트든 원형이든 조형 전정 자체를 무조건 나쁜 관리라고 할 수는 없다. 어린 나무 단계부터 계획적으로 수형을 잡고 한 번에 제거하는 잎과 가지를 최소화하면서 적절한 위치를 절단한다면 조형과 건강을 함께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대로 이미 성장한 나무의 굵은 가지와 수관을 단기간에 크게 줄이고, 만들어진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강한 전정을 되풀이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 산림청도 굵은 가지를 중간에서 잘라내는 ‘토핑’이나 ‘티핑’을 나무에 해로운 전정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청주 하트 가로수의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면 ‘은행나무는 강하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전정 전후 수관 면적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살아 있는 가지를 어느 정도 제거했는지, 굵은 주 가지를 절단했는지, 매년 어느 정도 전정을 반복하는지, 이후 나무의 생장과 병충해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산림청은 이번에 선정된 사례를 사례집으로 만들어 전국 지방정부의 가로수 정책 참고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더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 ‘사진이 잘 나오는 나무’와 ‘건강하게 관리된 나무’는 반드시 같은 의미가 아니다. 도시경관도 중요하지만 가로수 정책의 출발점은 결국 나무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야 한다.
청주의 하트가 시민에게는 사랑을 상징할지 모르지만, 그 하트가 나무에게도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앞으로의 생육 상태가 말해줄 일이다.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지금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