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g in
  • 구독하기
지구를 살리는 뉴스, 더지구가 기후위기의 진실을 알려드립니다

고래 한 마리는 나무 1,500그루… 바다의 탄소저장고를 지켜야 한다

오두환 기자
오두환 기자
- [object Promise]분 걸림 -
돌고래 AI 이미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바다는 지구에서 가장 빠르게 변하고 있는 생태계 중 하나가 됐다.

해수 온도 상승, 해양 산성화, 미세플라스틱 오염 등으로 해양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으며, 그 피해는 가장 상위 포식자인 해양포유류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독립적인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수산자원’으로 분류된 해양포유류, 법 사각지대에 놓이다


현재 국내법은 상괭이, 밍크고래, 점박이물범과 같은 해양포유류를 ‘수산자원’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혼획(그물에 우연히 걸려 죽는 사고)으로 폐사한 고래가 신고만 되면 합법적으로 유통·판매될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상괭이 폐사 원인의 절반 이상(56.6%)이 혼획 때문으로, 매년 1,000마리 이상의 해양포유류가 우리 바다에서 사라지고 있다. 밍크고래 역시 보호종으로 지정되지 않아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고래는 바다의 탄소저장고… 블루카본의 핵심

해양포유류의 감소는 단순한 생물 다양성 문제를 넘어 기후위기 대응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마리의 고래가 생애 동안 흡수하는 탄소량은 나무 약 1,500그루가 흡수하는 양과 맞먹는다. 바다의 탄소순환 시스템을 유지하고, 먹이사슬 상위 포식자로서 생태계의 균형을 지탱하는 존재인 만큼, 이들의 보전은 곧 ‘해양 탄소흡수원(Blue Carbon)’을 지키는 일과 같다.

국제 기준은 이미 50년 전… 한국의 늦은 걸음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해양포유류 보호를 법제화했다. 미국은 1972년 해양포유류보호법(MMPA)을 제정해 해양포유류의 포획, 수입,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특히 내년부터는 미국에 수산물을 수출하는 모든 국가에 대해 자국과 동일한 수준의 해양포유류 보호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 ‘상괭이 혼획 저감 대책 미흡’을 이유로 부분적 수출 제한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선택적 보호’로는 인정받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도 해양포유류를 단순한 자원이 아닌 ‘보호 대상 생명체’로 인식해야 한다. 환경운동연합이 제안하는 ‘해양포유동물 보호를 위한 특별법’은 그 첫걸음이다.

법안에는 △해양포유류 보호를 법적 목적에 명시 △모든 해양포유류를 보호 대상으로 확대 △혼획 저감과 불법 유통 금지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해양포유류 보호법은 단지 동물을 위한 법이 아니다. 해양 생태계의 회복력과 탄소흡수 기능을 지키는 일이며, 기후위기 시대 인류의 생존 기반을 보호하는 일이다. 바다는 우리 모두의 공공자산이며, 그 안의 생명체는 기후위기 대응의 동반자다.

우리 바다의 상괭이와 고래가 더 이상 ‘혼획 통계’로만 남지 않도록, 해양포유동물 보호법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