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g in
  • 구독하기
지구를 살리는 뉴스, 더지구가 기후위기의 진실을 알려드립니다

“기름값 낮춘 대가가 탄소 400만t?”…5년째 유류세 인하의 ‘숨은 계산서’

오두환 기자
오두환 기자
- 5분 걸림 -
[챗지피티]

기름값이 오르면 운전자들은 주유비부터 걱정한다. 정부가 2021년 11월 유류세를 깎기 시작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초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한 ‘한시적 조치’였지만 어느덧 5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유류세 인하에 예상하지 못한 ‘청구서’가 붙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름값을 낮추면서 소비자의 부담은 줄였지만, 반대로 기름을 덜 쓰도록 만드는 가격 효과도 약해졌다는 것이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린피스·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와 함께 6일 공개한 ‘유류세 인하의 숨은 비용과 수송 에너지 세제 개편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1월부터 올해 말까지 유류세를 인하하지 않았다고 가정할 경우 국내 유류 사용량은 실제보다 약 17억7000만ℓ 적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만큼 기름을 덜 썼다면 온실가스 배출량도 약 400만t 감소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쉽게 말해 정부가 세금을 낮춰 휘발유와 경유 가격 상승을 일부 막아주는 동안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름을 아껴야 할 이유도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특히 보고서는 유류세를 정상적으로 유지했다면 매년 평균 약 77만t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국내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9880만t에서 2024년 9750만t으로 6년 동안 약 130만t 줄었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약 22만t 감소한 셈이다.

보고서가 계산한 유류세 정상화의 연평균 추가 감축 효과 77만t은 이보다 약 3.5배 크다.

기름값 깎아준 사이 세금 15조원도 줄었다?

유류세 인하의 영향은 탄소 배출에만 그치지 않는다.

보고서는 같은 기간 유류세를 정상적으로 걷었다면 정부가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던 순세수가 누적 약 15조4000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기름 소비가 줄어 원유 수입량도 감소했다면 약 1조3000억원의 에너지 수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 숫자를 정부가 실제로 15조4000억원을 ‘손해 봤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이번 분석은 ‘유류세를 인하하지 않았다면 소비가 얼마나 줄었을 것인가’를 가정한 경제모형상의 추정치다. 실제 국제유가와 경기 상황, 운전자들의 소비 패턴 등 여러 변수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5년 가까이 이어진 유류세 인하 정책을 단순히 ‘기름값을 내려주는 정책’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 보고서의 문제 제기다.

“당장 없애자는 것 아니다…끝낼 기준은 있어야”

보고서는 앞으로 유류세를 주요국 수준으로 조정하거나 연료 가격에 탄소비용을 반영할 경우 2030년까지 연간 약 370만~700만t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매년 약 3조1000억~6조1000억원의 순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문제는 유류세를 다시 올릴 경우 서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출퇴근이나 생계를 위해 차량 이용이 불가피한 저소득층이나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 주민들에게는 기름값 상승이 곧바로 생활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보고서가 유류세를 한꺼번에 원상복구하기보다 추가 세수를 대중교통 개선과 무공해차 보급, 교통 취약계층 지원 등에 써야 한다고 제안한 이유다.

박 의원도 당장 유류세 인하를 중단하자는 주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 의원은 “유가가 높은 지금 당장 인하를 멈추자는 것이 아니다. 한시 조치가 5년째 이어지는데도 언제, 어떤 조건에서 끝낼지 기준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NDC 달성은 특정 부처만의 일이 아닌 만큼, 기후에너지·재정·교통 부처가 함께 유류세 정상화의 기준과 로드맵을 마련하고, 확보한 재원은 대중교통과 무공해차 전환, 취약계층 지원에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논점은 단순하다. 국제유가가 급등할 때 세금을 낮춰 국민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한시적’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정책이 5년 가까이 계속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기름값을 낮춰 얻은 편익과 탄소 배출·세수 감소라는 비용을 이제는 함께 따져볼 때가 됐다는 것이다.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