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마음까지 위협한다”…청년 75% “미래가 두렵다”

기후위기는 단지 폭염과 홍수, 산불 같은 눈에 보이는 재난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기후변화가 인간의 정신건강에도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는 연구와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BBC Earth가 최근 보도한 ‘보이지 않는 기후변화의 영향(The invisible impact of climate change)’에 따르면, 기후위기로 인한 불안·우울증·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는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미래가 두렵다” 청년 세대의 에코-불안
‘에코-불안(Eco-anxiety)’은 기후위기로 인한 현재와 미래에 대한 만성적 불안을 뜻한다.
2021년 국제학술지 란셋 플래너터리 헬스(The Lancet Planetary Health)에 실린 세계 10개국(미국, 영국, 인도, 브라질, 나이지리아, 호주, 핀란드, 프랑스, 포르투갈, 필리핀) 청소년·청년 1만 명(16~25세 대상) 조사에서 75%가 “미래가 두렵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은 “인류는 끝날 것 같다”고 응답했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자녀를 낳지 않거나 줄이겠다고 결정한 젊은 부부들도 늘고 있다. 해양생물학자 팀 고든은 “대양 한가운데서 죽어가는 산호초를 보며 눈물이 날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기후 트라우마, 어린 세대 더 큰 상처
직접 재난을 겪은 사람들의 정신적 충격은 더욱 심각하다. 2016년 캐나다 알버타주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로 8만8천 명이 대피했을 때, 청소년 3분의 1이 PTSD를 경험했다. 전문가들은 어린 시절 겪은 기후 트라우마가 평생 감정을 다루는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필리핀 청년들은 잦아지는 태풍 속에서 “미래를 생각하면 삶이 무의미하다”는 절망감을 토로했다. 남아프리카에서는 빈곤층이 절반 이상이어서 기후 적응력이 낮아 정신건강 악화 위험이 더 크다.
대응과 회복의 길
각국은 기후위기로 인한 정신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캐나다는 학교에 상담사를 배치하고, 심박 측정기로 학생들의 스트레스 징후를 관리한다. 청년 단체들은 불안을 행동으로 바꾸는 ‘주체적 기후행동’을 제안하며 회복력을 강조한다.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은 도시정원, 그늘 공간, 냉방센터 같은 기후 적응 시설을 늘려 주민의 정신적 안정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BBC Earth는 “개인이 할 수 있는 기후행동, 친환경 소비, 식습관 전환, 정치·기업에 요구, 역시 불안을 줄이는 하나의 길”이라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저소득 국가가 기후 적응에 취약하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했다. 기후위기가 남기는 보이지 않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물리적 재난 대응을 넘어 정신건강까지 아우르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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