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에 밀려났던 큰바늘꽃, 고향 돌아와 ‘꽃길’ 열었다

개발로 자취를 감췄던 멸종위기 식물이 옛 서식지에서 다시 꽃을 피웠다. 지난해 경북 청송군 주방천에 옮겨 심은 큰바늘꽃이 자연적으로 번식하면서 1년 만에 개체 수가 약 2.5배로 늘었다. 사람이 심어준 식물이 현지 환경에 적응해 스스로 자라는 모습을 확인한 것이다.
국립생태원은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지난해 8월 주방천 일대에 이식한 큰바늘꽃 200개체가 최근 500여 개체로 늘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이식지는 과거 큰바늘꽃이 자생했지만 인위적인 개발로 야생 개체군이 사라졌던 곳이다.
조사에서는 대부분의 개체가 건강하게 자라 연보랏빛 꽃을 피운 것으로 나타났다. 꽃 주변으로는 재래꿀벌과 배추흰나비 등 곤충도 날아들었다. 일부는 땅속줄기를 뻗어 이식지를 둘러싼 보호 울타리 밖까지 퍼져나갔다.
큰바늘꽃은 하천이나 계곡 주변의 축축한 자갈밭과 모래땅에서 무리 지어 사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국내에서는 경북과 강원, 울릉도 등에 분포한다. 높이는 1~2m까지 자라며 줄기와 잎에 긴 털이 빽빽하게 난다.
꽃은 주로 7~8월에 피고 9~10월에 씨를 맺는다. 꽃잎은 네 장이며, 열매는 길고 가는 바늘 모양이다. 씨앗을 퍼뜨리는 것뿐 아니라 땅속줄기를 옆으로 뻗는 방식으로도 번식한다.
하천 주변에서 살아가는 이 식물의 가장 큰 위협은 서식지 훼손이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하천 개발로 원래 살던 곳 상당수가 망가지면서 개체군이 줄었다. 도로와 시설물을 짓거나 경작지를 만드는 일, 관상용으로 보기 위해 무분별하게 캐가는 행위도 생존을 위협한다. 큰바늘꽃은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됐다.
이번 성과는 식물을 옮겨 심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 서식지에서 사라졌던 식물이 다시 뿌리를 내리고 자연 번식까지 이어갔기 때문이다. 벌과 나비가 꽃을 찾는 모습도 함께 관찰돼 하천 생물다양성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다만 이번에 확인된 것은 이식 후 1년간의 현지 적응과 개체 수 증가다. 이를 장기적인 복원 완료로 단정하기보다는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번식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강재신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장은 “큰바늘꽃의 현지 적응 기술 개발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묵묵히 멸종위기종을 복원해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을 넓혀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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