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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한복판에 세운 ‘바다 관측소’…왕돌초 해양과학기지

오두환 기자
오두환 기자
- 5분 걸림 -
바다 위 왕돌초 해양과학기지 전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동해 한복판에 바다를 실시간으로 살피는 해양과학기지가 들어섰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동해의 변화를 장기간 관측해 기후변화와 해양생태계 변화를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지난 6월 9일 경북 울진 KIOST 동해연구소에서 왕돌초 해양과학기지 준공식을 열었다.

왕돌초 기지는 이어도, 가거초, 소청초에 이은 국내 네 번째 해양과학기지다. 동해에 들어선 해양과학기지로는 처음이다. 그동안 서해와 남해 중심이던 해양 관측망이 동해까지 넓어지면서 우리 바다 전역을 살피는 관측 체계가 갖춰졌다.

동해 변화 읽는 ‘바다 전초기지’

왕돌초는 울진군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약 25km 떨어진 해역에 있다. 수심 23m의 해저 암반 위에 세워졌으며, 4개의 파일을 박아 바다에 고정했다.

기지는 연면적 570㎡, 무게 928톤 규모의 철골 구조물이다. 총 높이는 53m로 아파트 약 19층 높이에 해당한다. 거센 파도와 강한 바람, 지진에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설계수명은 50년이다.

동해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곳이다. 수온 변화와 생태계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어 기후변화의 신호를 살피기에 중요한 해역이다. 왕돌초 기지는 바로 이 변화를 장기간 기록하는 역할을 맡는다.

수온·해수면·수중 생태까지 실시간 관측

왕돌초 기지에는 37종 86점의 첨단 관측장비가 설치된다. 이 장비들은 수온, 해수면 변화, 해양환경, 수중 생태 등을 실시간으로 기록한다.

기지는 모두 5개 층으로 구성됐다. 아래쪽에는 선박접안시설과 수중 관측장비가 들어간 중간 갑판이 있고, 그 위에는 발전기와 담수화시설 등 핵심 설비가 배치됐다. 주갑판에는 제어실, 숙소, 회의실이 마련됐고, 상부 갑판에는 기상장비, 위성 안테나, 무인드론 운용 설비가 설치된다.

수집된 자료에는 AI 기반 데이터 품질 관리 기술도 적용된다. 바다에서 들어오는 방대한 정보를 안정적으로 정리해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동해 아열대화와 갯녹음도 추적

왕돌초 기지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바다 날씨를 보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동해의 아열대화, 갯녹음, 해양생태계 변화도 장기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

갯녹음은 바닷속 암반에 해조류가 사라지고 하얗게 변하는 현상이다. 해조류 숲이 줄어들면 물고기와 해양생물의 서식지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왕돌초 기지의 장기 관측자료는 이런 변화를 조기에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축적된 자료는 어장 변동 예측에도 활용될 수 있다. 후포와 죽변 등 동해안 어민들에게 실질적인 조업 정보로 제공될 가능성도 있다.

이희승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은 “왕돌초 기지의 준공으로 동해를 포함한 우리 바다 전역을 빈틈없이 관측하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며 “기지에서 생산된 고품질 데이터는 기후위기 대응과 국민 안전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업 책임자인 정진용 해양데이터·인프라 본부장은 “왕돌초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동해의 길목으로, 기후변화의 신호를 가장 먼저 포착할 수 있는 곳 중 하나”라며 “장기 관측을 이어가며 동해의 변화를 정확히 읽어내겠다”고 밝혔다.

왕돌초 기지는 해양수산부의 ‘관할해역 첨단 해양과학기지 구축 및 융합연구’ 사업으로 2021년부터 추진됐다. 총사업비는 243억 원이다. 기지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는 향후 해양과학기지 연구자용 웹서비스를 통해 연구자와 국민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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