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속 11도, 계곡엔 찬바람…폭염 피하는 지질명소 6곳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여름, 에어컨 대신 수만 년 된 동굴과 계곡으로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바위틈에서는 얼음처럼 찬 바람이 흘러나오고, 동굴 벽에는 뜨거운 용암이 지나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여름철 더위를 피하면서 지구의 형성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지질명소 6곳을 22일 공개했다. 강원 정선 화암동굴, 경북 의성 빙계계곡, 전북 진안 운일암반일암, 경주 양남 주상절리, 인천 백령도 콩돌해안, 제주 만장굴이다.
금광을 걷다 석회동굴을 만난다…정선 화암동굴
강원 정선군 화암면의 화암동굴은 천연 석회동굴과 옛 금광 갱도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탐방로 초반에는 금을 캐던 광산의 흔적이 이어진다. 갱도를 따라 내려가면 풍경이 돌연 바뀐다. 종유석과 석순, 지하수가 석회암을 녹여 만든 동굴 지형이 나타난다. 산업유산을 걷다가 어느 순간 수만 년 전 자연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동굴 입장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가능하다. 입구까지 모노레일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한여름에 얼음이 언다…의성 빙계계곡
경북 의성군 춘산면 빙계계곡은 이름부터 서늘하다. 바위 사이에서 한여름에도 찬 공기가 흘러나오는 ‘빙혈’로 유명하다.
계곡 주변에는 암석이 무너져 쌓인 돌너덜 지형이 넓게 형성돼 있다. 겨울철 차가운 공기가 바위틈에 저장됐다가 여름에 밖으로 흘러나오면서 천연 냉장고 같은 공간을 만든다. 반대로 겨울에는 비교적 따뜻한 바람이 올라오는 ‘온혈’ 현상이 나타난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데 그치지 않고, 바위틈을 오가는 공기가 어떻게 계절을 거꾸로 움직이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구름도 쉬어 가는 골짜기…진안 운일암반일암
전북 진안군 주천면 운일암반일암은 거대한 기암괴석 사이로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곳이다.
협곡이 깊고 절벽이 높아 햇빛이 골짜기 안으로 오래 들어오지 못한다. ‘구름만 오가고 햇빛은 반나절만 비친다’는 이름도 이런 지형에서 나왔다.
계곡 위에는 길이 220m의 구름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 위에 서면 숲 사이를 흐르는 물줄기와 집채만 한 바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물놀이와 산책, 지질 탐방을 한 번에 즐기려는 가족 여행객에게 어울린다.
용암이 만든 거대한 부채…경주 양남 주상절리
경북 경주시 양남면 해안에는 돌기둥이 바다를 향해 부채처럼 펼쳐져 있다. 용암이 식고 수축하는 과정에서 오각형 또는 육각형의 균열이 생긴 주상절리다.
수직으로 곧게 선 일반적인 주상절리와 달리, 양남 주상절리는 기둥이 옆으로 누우며 부채꼴을 이룬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형태다.
읍천항에서 하서항까지 약 1.7㎞의 평탄한 해안 산책로가 이어진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파도와 돌기둥이 만나는 장면이 계속 모습을 바꾼다. 한낮보다는 햇빛이 누그러지는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 걷는 편이 좋다.
파도가 수천만 년 다듬은 돌…백령도 콩돌해안
인천 옹진군 백령도 콩돌해안에는 모래 대신 콩처럼 작고 둥근 자갈이 해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거친 암석 조각이 수천만 년 동안 파도와 해류에 부딪히며 둥글게 다듬어진 결과다. 파도가 밀려왔다 빠질 때마다 자갈이 서로 부딪혀 맑고 독특한 소리를 낸다. 신발을 벗고 걸으면 둥근 콩돌의 감촉도 느낄 수 있다.
백령도는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안개와 풍랑 등 기상 상황에 따라 배가 지연되거나 결항할 수 있고, 해안 탐방 전에는 물때도 확인해야 한다.

용암이 지나간 지하 통로…제주 만장굴
제주 구좌읍 만장굴은 길이가 약 7.4㎞에 달하는 용암동굴이다. 현재 일반인에게 개방된 구간은 제2입구에서 약 1㎞다.
동굴 안에 들어서면 용암이 벽을 따라 흐르며 남긴 줄무늬인 ‘용암유선’과 과거 용암의 높이를 보여주는 ‘용암선반’을 볼 수 있다. 공개 구간 끝에는 높이 약 7.6m의 거대한 용암석주가 서 있다.
만장굴은 2023년 12월 낙석이 발생해 출입이 통제됐다가 탐방 환경 개선 공사를 마치고 지난 5월 30일 다시 문을 열었다.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입장 마감은 오후 5시다. 매월 첫째 주 수요일은 쉰다.
동굴 내부는 연중 기온이 낮지만 바닥이 젖어 있고 울퉁불퉁하다. 한여름에도 얇은 겉옷과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을 준비하는 편이 좋다.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국가지질공원의 천연동굴과 해안 명소는 무더위를 피하는 동시에 수억 년 지구의 경이로운 역사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휴식 공간”이라며 “이번 여름, 가족과 함께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친환경 지질여행을 적극 추천드린다”고 말했다.
계곡과 동굴, 해안은 집중호우나 높은 파도에 따라 출입이 제한될 수 있다. 교육 프로그램과 야간 탐방 일정도 지역별로 다르기 때문에 출발 전 각 지질공원 누리집에서 운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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