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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줄무늬를 단 나비가 사라진다…홍줄나비의 위태로운 여름

오두환 기자
오두환 기자
- 4분 걸림 -
펜화 스타일의 홍줄나비
[챗지피티]

검은 날개 위로 붉은 줄무늬가 선명하게 이어진 나비가 있다. 이름도 날개의 생김새를 따라 붙은 ‘홍줄나비’다. 주로 설악산과 오대산 등 강원도 높은 산에 사는 홍줄나비가 기후변화로 살아갈 곳을 잃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홍줄나비를 8월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했다.

검은 날개에 그어진 붉은 선

홍줄나비는 날개를 활짝 펼쳤을 때 길이가 57~60㎜ 정도인 중간 크기의 나비다. 날개 윗면은 짙은 갈색에 가깝고, 황갈색 점과 붉은 줄무늬가 어우러져 있다.

날개 아랫면에는 노란색 무늬가 많아 윗면보다 밝게 보인다. 암컷은 수컷보다 몸집이 크고 날개 색이 연하며, 날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밝은 띠도 더 넓다.

비슷한 이름을 가진 ‘줄나비’와도 구별된다. 줄나비는 날개 길이가 44~54㎜로 홍줄나비보다 작고, 검은 날개 가운데 흰색 무늬가 발달해 있다.

잣나무 잎을 먹고 자라는 특별한 나비

홍줄나비는 1년에 한 번 성충이 나타난다. 여름에 태어난 애벌레는 두 차례 허물을 벗은 ‘3령’ 상태로 겨울을 난다. 이듬해 봄 다시 활동을 시작해 몸을 키운 뒤 6월쯤 번데기가 된다.

약 3주가 지나면 번데기에서 성충이 나오며, 6월부터 8월 사이 숲을 날아다닌다. 특히 7~8월에 가장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홍줄나비 애벌레는 우리나라 나비 가운데 드물게 잣나무 잎을 먹는다. 침엽수와 활엽수가 함께 자라는 자연 상태에 가까운 숲을 좋아하며, 숲 가장자리보다는 나무가 울창한 안쪽에서 주로 생활한다.

더워지는 산…떠날 수도 없는 홍줄나비

홍줄나비는 서늘한 산속 기온에 적응한 나비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평균기온이 오르면서 홍줄나비가 살 수 있는 지역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홍줄나비가 멀리 이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활동 범위가 좁아 숲이 훼손되거나 기온이 높아져도 다른 산으로 쉽게 옮겨갈 수 없다. 서식지의 작은 변화가 개체 수 감소로 곧바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설악산과 오대산 등 강원도 동북부 산림에서 주로 발견된다. 해외에서는 중국과 러시아 일부 지역에 산다.

홍줄나비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보호받는다. 허가 없이 잡거나 채취하고, 서식지를 훼손하거나 죽이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홍줄나비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비를 잡지 않고, 나비가 살아가는 숲과 잣나무를 그대로 보호하는 것이다. 산속에서 붉은 줄무늬를 발견한다면 가까이 다가가기보다 조용히 바라보는 것이 홍줄나비와 함께 살아가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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