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오존 파괴범' 브롬 폭발, 얼음 속에서 태어났다

북극에서 매년 봄이면 나타나는 ‘브롬 폭발(Bromine Explosion)’ 현상, 즉 대기 중 브롬 가스가 급격히 늘어나 오존을 파괴하는 원인이 밝혀졌다.
극지연구소는 북극 대기 경계층 오존을 공격하는 브롬 가스가 얼음 속 농축 과정에서 생성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18일 밝혔다.
브롬은 전 세계 바다에 미량 존재하지만, 북극에서만 독특하게 폭발적 증가가 관측된다. 기존에는 태양빛을 받아야 기체로 전환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빛이 없는 환경에서도 ‘동결농축효과(Freeze concentration effect)’를 통해 가스로 변환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물이 얼 때 완전히 고체화되지 않은 준액체층(Liquid-Like Layer)에 특정 성분이 수천~수만 배 농도로 모이는데, 이 과정에서 브롬이 특수한 화학반응을 거쳐 기체로 바뀐다.
김기태 극지연 책임연구원은 “농축된 브롬이 가스로 전환되는 화학 기작을 확인했다”며 “북극 오존 파괴의 숨은 과정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롬 폭발은 북극 대기 경계층(지표 1~2km 상공)의 오존을 빠르게 소멸시킬 뿐 아니라, 대기 중 수은을 지표와 바다로 내려보내 극지 생태계에 잠재적 위협이 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워터 리서치(Water Research) 2025년 10월호에 실렸다.
신형철 극지연 소장은 “얼음 속 보이지 않는 작은 화학반응이 극지의 변화를 일으키는 핵심 기작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거대한 극지 환경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를 탐구하는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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