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벨렝서 밤샘 협상…COP30, 기후위기 대응 ‘실행의 시대’ 선언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23일(한국 시간 기준) 새벽 예정보다 하루 늦게 막을 내렸다.
파리협정 10주년을 맞은 올해 회의에는 5만여 명이 참석했고, 밤샘 협상이 이어지며 기후위기 대응의 ‘실행 체계’가 상당 부분 윤곽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한 대표단을 파견해 감축·적응·재원 등 주요 의제 협상에 참여했다.
‘무치랑 결정문’…“말이 아니라 실행” 강조한 정치 메시지
의장국 브라질은 ‘무치랑 결정문(Mutirao Decision)’을 주도했다. ‘무치랑’은 공동작업을 뜻하는 현지 토착어로, 각국이 함께 행동하자는 정치적 의미를 담았다.
결정문은 △과학·형평성·다자주의를 기반으로 한 공동 대응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제출 등 파리협정 절차 가동 △‘벨렝 1.5℃ 미션’ 등 국제 실행 플랫폼 신설 △2035년까지 적응재원 3배 확대 등을 포함했다.
다만 가장 핵심 쟁점인 “에너지 시스템에서 화석연료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는 합의에 실패했다. 산유국 등 일부 국가의 반대가 강해 구체적 로드맵 합의가 무산됐다.
물·식량·보건·도시…기후적응도 ‘지표’로 관리
기후피해에 대비하는 ‘적응’ 부문은 이번에 처음으로 국제적 기준을 갖췄다. 당초 100개 가까웠던 후보 지표는 논의 끝에 59개로 정리됐다. 주요 구성은 다음과 같다.
– 물 관리, 식량·농업, 보건, 생태계 등 7개 분야 지표 38개
– 정책 단계(평가·계획·이행·모니터링) 지표 21개
이른바 ‘벨렝 적응 지표’다. 의무 규정은 아니지만, 향후 국제재원 지원·평가 기준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감축에 비해 논의가 뒤처졌던 적응 분야가 이번을 계기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의로운 전환’ 첫 메커니즘…“탄소 줄여도 사람은 남겨두지 않는다”
석탄·자동차 등 기존 산업이 전환 과정에서 흔들리는 문제를 다루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은 이번에 처음으로 공식 메커니즘이 생겼다.
2026년 6월 부속기구회의(SB64)부터 운영 절차 논의가 본격 진행된다.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 재교육 △지역경제 지원 △취약계층 보호 등을 국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기후전환이 산업·노동·복지 정책과 연결되는 국제 기준이 사실상 마련된 셈이다.
5년마다 성적표 내는 ‘전지구적 이행점검(GST)’…후속 대화체 가동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이 5년마다 제출해야 하는 ‘전지구적 이행점검(GST)’도 후속 절차가 확정됐다.
각국은 GST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목표를 조정하기 위해 2026~2027년 매년 ‘UAE 대화체’를 운영한다.
또 IPCC(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 과학자료의 활용을 강화하고, 제2차 GST는 2026년 말부터 본격 착수한다.
평가에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산림·폐기물·재원…기후비용 분담 둘러싼 격렬한 신경전
감축 분야에서는 올해 논의 주제를 ‘산림과 폐기물’로 정했다.
산림의 탄소흡수 기능과 지속가능한 산림관리 필요성이 재확인됐으며, 폐기물의 감량·재활용·순환경제가 감축과 지역경제에 동시에 도움을 준다는 점도 공유됐다.
재원 협상은 가장 팽팽했다.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의 공적 재원 의무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선진국은 “기후재원은 글로벌 공동노력”이라며 민간·공적 재원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파리협정 제9조 전체를 다루는 ‘2년 기후재원 작업프로그램’을 꾸리기로 타협했다.
손실·피해(Loss & Damage) 분야에선 바르샤바 국제메커니즘(WIM) 정기검토가 마무리됐다.
당사국들은 ‘손실·피해 글로벌 보고서’를 다년 주기로 발간하기로 합의했고, 취약국 기술지원 강화 방안도 마련했다.
탄소시장·투명성·기술…국제 규칙 대부분 완성 단계
파리협정 제6조(국제 탄소시장)는 지난해 뼈대를 마련했고, 이번에는 운영 방식이 상세화됐다.
제6.2조는 기술전문가검토(TER), 국제등록부 운영, 매뉴얼 업데이트 등을 정했고, 제6.4조는 매립지 가스 소각·활용 방법론 등 새 규정을 채택했으며, CDM 사업 전환기한을 2026년 6월까지 연장했다.
투명성 체계(ETF)는 모든 국가가 제출하는 ‘격년투명성보고서(BTR)’ 운영 경험을 공유하며 첫 사이클 점검을 마쳤다.
또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CTCN)는 2041년까지 운영 기간을 연장했다.
한국은 이미 국내 협력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어 향후 기술·재정 논의에서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 명분 무역장벽 안 돼”…한국·중국 등 다수국, 대응조치 의제 관철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처럼 ‘기후’를 이유로 한 무역조치가 늘자 이번 COP30에서 논쟁이 가열됐다.
유럽과 영국은 “무역 문제는 WTO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며 UNFCCC 논의를 반대했다. 한국과 중국 등 다수 국가는 “기후조치가 무역 차별로 악용될 수 있어 UNFCCC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내년부터 부속기구회의(SB64)에서 ‘대응조치(Response Measure)’ 의제로 정식 논의가 시작된다.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매우 중요한 변화다.
한국, 기후재원·탄소시장 테이블에서 영향력 확대
한국은 소속 협상그룹인 환경건전성그룹(EIG)을 통해 선진국·개도국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강조했고, COP 의장단과 UNFCCC 사무총장에게 관련 서한을 전달했다.
또 △재정상설기구(SCF) 이사직 유지(2027년까지) △파리협정 제6.4조 감독기구 위원 선출 등 다수 의제에서 입지를 넓혔다.
국제기후재원·탄소시장 규칙 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이 확대되는 셈이다.
내년 COP31은 튀르키예가 개최국·의장국을 맡고, 의제 총괄은 호주가 담당한다. 사전회의는 태평양 도서국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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