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온호, 83일간 북극해로…기후변화와 ‘북극항로 시대’ 함께 살핀다

국내 유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북극의 기후변화와 해저환경을 조사하기 위해 83일간의 항해에 나섰다. 올해로 17번째 북극해 탐사다.
극지연구소는 아라온호가 11일 광양항을 출발해 베링해와 동시베리아해, 척치해, 중앙북극해 등 북극 주요 해역을 탐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탐사의 핵심은 빠르게 변하는 북극의 바다와 얼음, 해저환경을 장기간 관측하는 것이다. 북극은 거친 기상과 두꺼운 해빙 탓에 접근이 쉽지 않다. 해빙 감소와 해양순환 변화, 생태계 이동 같은 흐름도 한두 차례 조사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여러 해에 걸쳐 관측자료를 쌓아야 변화의 방향을 읽을 수 있다.
해빙 두께 재고 ‘대서양화’ 추적
양은진 박사 연구팀은 지난해 해빙에 가로막혀 회수하지 못한 장기 계류 관측장비를 수거할 예정이다. 장비가 회수되면 지난 1년간 북극해의 수온과 염분, 해류 변화 등을 분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게 된다.
연구팀은 해빙 위에 아라온호를 3~4일간 정박시키고 얼음의 두께와 구조, 표면 거칠기 등도 정밀하게 측정한다.
북극 바다가 점차 대서양과 비슷한 환경으로 변하는 ‘대서양화’ 현상도 주요 연구 대상이다. 따뜻한 대서양 바닷물이 북극해로 더 많이 유입되면서 해빙이 줄고 해양 생태계와 물질순환이 달라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라온호는 제5차 중앙북극해 비규제어업방지협정 당사국 총회에서 공동과학연구 시범 해역으로 지정된 ‘척치 보더랜드’에서도 예비조사를 진행한다.

해저 퇴적물로 과거 북극 복원
홍종국 박사 연구팀은 중앙북극해 고위도 해역에서 해저 퇴적물 시료 채취에 도전한다.
해저에 쌓인 퇴적물에는 과거의 수온과 해류, 해빙 변화, 생물 활동 흔적이 층층이 남아 있다. 연구진은 이를 분석해 북극해의 장기적인 환경 변화와 진화 과정을 복원할 계획이다.
척치해 일대에서는 탄성파 탐사를 벌여 해저에 분포한 가스하이드레이트의 위치와 범위도 조사한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낮은 온도와 높은 압력에서 천연가스가 얼음처럼 굳어진 물질로, 해저 환경 변화와 기후 연구에서 중요한 대상으로 꼽힌다.
한국형 북극항로 자료 확보
이번 항해는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가 추진하는 ‘북극항로 운영을 위한 실측 기반 통합 예측기술 개발’ 사업의 첫 현장 탐사이기도 하다.
진경 박사 연구팀은 북극항로 안전운항에 필요한 해빙과 기상 자료를 수집한다. 확보된 자료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해빙 이동과 항로 위험 예측 기술 개발에 쓰일 예정이다.
연구진은 장기적으로 해외 자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우리나라가 직접 확보한 관측자료를 토대로 ‘한국형 북극항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이번 탐사는 기후변화의 최전선인 북극을 기록하면서, 동시에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하는 의미 있는 탐사”라며 “아라온호가 확보할 현장 자료가 우리나라의 북극 과학 역량과 활용 가치를 높이는 튼튼한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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