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g in
  • 구독하기
지구를 살리는 뉴스, 더지구가 기후위기의 진실을 알려드립니다

60g 작은 새 두견이, 아프리카까지 2만7천㎞ 날았다

오두환 기자
오두환 기자
- [object Promise]분 걸림 -
위치추적발신기를 부착한 두견이
[국립생물자원관]

작고 수수한 여름 철새 두견이가 전 세계 생태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번식한 두견이가 아프리카 모잠비크까지 날아가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다시 제주로 되돌아오는 2만7천여㎞의 경로가 세계 최초로 확인된 것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제주도에서 위치추적 발신기를 부착한 두견이 두 마리를 추적한 결과, 이들이 중국과 인도, 스리랑카를 거쳐 아라비아해와 인도양을 가로질러 아프리카 대륙에 도착했다고 지난 7월 24일 밝혔다.

체중이 60g에 불과한 작은 새가 지구의 절반 가까이를 오간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준다. 연구팀은 특히 한 마리가 인도양을 건너는 장면을 포착했다. 약 4천180㎞를 6일 동안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날아간 것이다. 지금까지 보고된 산새 가운데 가장 긴 바다 횡단 기록이다.

“작은 몸에 발신기를 달았을 때 혹시 무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녀석은 그야말로 지구의 바람과 별을 타고 날아갔다”는 연구진의 전언은 이 여정이 얼마나 극적이었는지 짐작케 한다.

이동 경로뿐만 아니라 번식지로 돌아오는 ‘귀소성’도 확인됐다. 지난해 가을 아프리카 모잠비크에 도착했던 두견이 한 마리는 올해 봄 같은 길을 반대로 거슬러 올라와 6월 초 제주로 되돌아왔다. 연구진은 “철새 보전 연구에서 이동 경로와 귀소성을 동시에 확인한 것은 매우 드문 성과”라고 평가했다.

두견이는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만 번식하는 여름 철새다. 우리나라에서는 5월부터 나타나 8월까지 머문다. 스스로 둥지를 만들지 않고 섬휘파람새 둥지에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는 ‘탁란’ 습성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여름이 지나면 남쪽으로 내려가 따뜻한 지역에서 겨울을 난다.

하지만 그동안 정확히 어디에서 겨울을 보내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이번 연구로 비밀의 여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단순히 ‘철새의 신비’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기후위기와 서식지 파괴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철새의 이동 경로는 곧 지구 환경의 건강도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철새를 지키려면 출발지·경유지·도착지 모든 나라가 협력해야 한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는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유호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위치추적발신기라는 첨단 기술로 철새의 길을 밝혀낸 것은 세계적인 의의가 있다”며 “향후 개체군 보전과 국제 협력, 기후변화 대응 연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작은 새의 발목에서 시작된 한 줄기 신호가, 결국 대륙과 대륙을 잇는 거대한 생명의 길을 드러냈다. 두견이의 날갯짓은 인간에게 ‘경이’일 뿐 아니라, 지구 생태계가 아직 이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생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