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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도 폭염, 380만명 피해…기후붕괴의 최전선 된 중동·북아프리카

오두환 기자
오두환 기자
- 5분 걸림 -
파이낸셜타임즈 홈페이지 기사 캡처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 아랍 지역이 올해 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하며 지구 평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 지역의 2024년 평균 기온이 1991년부터 2020년까지의 평균보다 1.08도, 1961년부터 1990년까지의 평균보다 1.94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는 이미 지구적 기온 상승폭을 크게 넘어선 것으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상황을 두고 “아랍권은 더 이상 기후 재난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아랍 지역의 온난화는 단순한 기온 상승을 넘어 사회적·환경적 수용 능력을 위협하고 있다. 올해 중동 지역의 여름 기온은 여러 차례 50도를 웃돌았고, 폭염과 홍수, 돌발성 폭풍 등이 겹치면서 최소 3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약 380만 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WMO는 최근 수십 년간 아랍권의 기후재난 발생 건수가 1980년대 대비 83% 증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기후위기가 이 지역의 생존 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극단적 상황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WMO는 북아프리카 지역의 경우 강수량이 장기적으로 감소하고 열파 빈도가 증가하면서 여섯 번의 연속 우기가 실패한 사례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걸프 국가들은 도시화와 지형 특성으로 인해 짧은 시간에 집중되는 홍수와 폭풍 피해가 급증하고 있으며, 일부 도시는 인프라 붕괴 위험까지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지역적 특성을 넘어 “기후위기가 지도를 다시 그리는 과정”이라고 표현하며, 아랍 지역이 지구 기후 시스템 변화의 충격을 가장 먼저 체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학자들은 습도와 열이 결합한 ‘습구 온도’ 상승이 특히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이 지역은 이미 인체가 견딜 수 있는 한계에 근접한 습구 온도를 기록한 사례가 나왔으며, 2050년경에는 일부 지역이 장시간 인간 거주가 사실상 어려운 ‘비거주 지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폭염을 피하기 위해 냉방 장치에 의존해야 하는 비율이 급증하면서 전력 수요가 크게 늘고 있으며, 담수화 시설에 필요한 에너지 사용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기후위기와 에너지 위기가 동시에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다.

WMO는 아랍권을 “지구 기후 불안정의 시험장”이라고 표현했다. 물 부족은 이미 세계 최악 수준이며, 식량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아 기후 충격이 가격 불안정과 사회적 위기로 직결되는 구조다. 해수면 상승은 홍해와 지중해 연안 도시들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고, 에너지 산업 중심의 경제구조는 온실가스 배출을 더 크게 유발하며 ‘악순환’을 형성하고 있다.

홍해
[픽사베이]

FT는 “아랍권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세계가 앞으로 마주할 미래의 축소판일 수 있다”며 이 지역의 상황을 단순한 지역적 재난이 아니라 전 지구적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랍권 각국은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해수담수화 기술 고도화, 폭염 대응 정책 마련 등 적응 노력을 추진하고 있지만, WMO는 이러한 조치의 속도가 위기 확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이고 즉각적인 적응 투자가 병행되지 않으면 지역사회 붕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FT 역시 “기후위기가 초래하는 불평등, 이주, 경제 혼란이 글로벌 차원의 갈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랍 지역의 기후위기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에너지 공급망 변화, 식량 가격 불안, 난민 증가, 국제 안보 불안정 등은 결국 세계 모든 국가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과 중동의 경제·외교적 연계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 지역 기후 불안정은 한국의 기후외교 전략과 산업 전환 정책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아랍권에서 관측되는 급격한 기후변화는 기후 대응의 속도를 늦출 수 없는 이유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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