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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명 삼킨 ‘히말라야 쓰나미’…네팔 “中·美·印, 기후배상하라”

오두환 기자
오두환 기자
- 6분 걸림 -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발생한 대규모 홍수 이미지
[챗지피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촉발된 대규모 홍수로 네팔에서 1100명 넘게 숨진 가운데, 네팔 정부가 중국과 미국, 인도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을 향해 ‘기후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은 국가가 기후위기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주요 배출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진보당도 2일 네팔 정부의 요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2일 현재 네팔에서 최소 1114명이 숨지고 약 4000명이 실종됐다. 중국 티베트에서도 16명이 숨지고 546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구조·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네팔 정부는 이번 재난을 단순한 홍수가 아닌 기후위기와 연결된 초대형 재난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시르 카날 네팔 외무장관은 지난 1일 현지 언론 카트만두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를 ‘히말라야 쓰나미’라고 표현했다.

카날 장관은 “우리는 외교적 틀을 ‘원조’에서 ‘정의와 배상’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것은 자선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도덕적 책임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최대 배출국인 중국과 2위 미국, 3위 인도 같은 주요 산업 배출국은 네팔과 같은 취약국에 배상할 역사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네팔 재무부는 국제사회에 기후배상을 요구하는 공식 서한도 발송했다고 카날 장관은 밝혔다.

배출량은 세계 0.08%…피해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

네팔이 기후배상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기후 불평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공동연구센터의 ‘에드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네팔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4147만t으로 전 세계 배출량의 0.08%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중국은 세계 배출량의 29.2%, 미국은 11.11%를 차지했다. 중국·미국·인도는 2024년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국가가 기후위기의 피해를 더 크게 떠안는 상황은 국제 기후협상에서도 오랫동안 논쟁이 돼 왔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은 산업화 과정에서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선진국들이 기후재난으로 발생하는 손실과 피해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다만 이번 네팔 홍수의 피해 전체를 기후변화의 결과로 단정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지구온난화가 히말라야 빙하의 융해를 가속하고 빙하호 붕괴와 산사태, 급격한 홍수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관계자 역시 히말라야 지역에서 기후변화로 빙하홍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개별 재난에서 기후변화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별도의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다. 네팔 정부가 이번 사태를 “전 지구적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규정한 것은 현재로서는 정부의 판단과 주장에 해당한다.

진보당 “한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아”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네팔 당국의 요구는 지극히 정당하다”며 “네팔의 기후배상 요구와 강력한 기후정의 촉구를 적극 지지하며 함께 굳게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홍 대변인은 중국과 미국, 인도뿐 아니라 한국의 책임도 거론했다.

그는 “우리 대한민국 또한 그 연대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실제 국제 환경단체들이 발표하는 ‘기후변화대응지수 2026’에서 한국은 평가 대상 가운데 63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사용,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모두 ‘매우 낮음’ 평가를 받았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약 6억6825만t으로 세계 배출량의 약 1.26%를 차지했다. 네팔의 약 16배 수준이다.

기후배상 논의는 국제사법 무대로도 확산하고 있다.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는 기후변화로 생존 자체를 위협받자 국가의 기후변화 대응 의무와 법적 책임을 국제사법재판소에 물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지난해 권고적 의견을 통해 국가가 기후변화 대응 의무를 위반하고 그 위법행위와 피해 사이에 충분한 인과관계가 인정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법적 틀을 제시했다. 다만 특정 국가가 특정 피해국에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명령한 판결은 아니다.

네팔의 요구가 실제 중국과 미국, 인도 등의 배상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번 참사는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 국가가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을 다시 보여줬다. 기후위기의 책임을 누가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기후정의’ 논쟁도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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