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덮친 ‘조용한 살인자’…초여름 폭염에 2700명 조기 사망 추정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지난 5월과 6월 발생한 폭염으로 약 2700명이 평소보다 일찍 숨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6월 폭염이 절정에 달한 사흘 동안에는 하루 평균 440명이 폭염의 영향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진 등의 분석을 인용해 5월과 6월 두 차례 폭염 기간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약 2700명의 온열 관련 초과사망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전체 사망자의 40% 이상이 인간이 유발한 지구온난화가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6월 사흘간 하루 440명 숨진 셈
지난 6월 18일부터 28일까지 발생한 온열 관련 사망자는 약 2200명으로 추정됐다. 특히 기온이 정점에 오른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 동안 하루 평균 약 440명이 폭염의 영향으로 숨진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영국 보건안전청과 기상청은 사상 처음으로 사흘 연속 최고 수준인 적색 폭염경보를 내렸다. 적색경보는 고령자와 기저질환자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에게도 생명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6월 폭염 사망자의 약 38%가 화석연료 사용으로 심화한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것으로 추산했다. 5월 21일부터 29일까지 폭염 기간에는 약 550명이 숨졌으며, 이 가운데 약 60%가 기후변화로 추가된 고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변화가 폭염 기온 3∼4도 끌어올려
영국은 올해 초여름부터 이례적인 고온을 겪었다. 5월에는 런던 서부에서 최고기온 35.1도가 관측됐고, 6월에는 기록을 경신하는 고온이 사흘 연속 이어진 뒤 잉글랜드 동부에서 37도를 웃도는 기온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이번 폭염의 기온을 약 3∼4도 높인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의 극단적인 고온은 평균기온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번 분석은 실제 사망진단서에 폭염이 사인으로 기록된 사람만 집계한 것이 아니다. 평년 같은 시기에 예상되는 사망자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숨졌는지를 따지는 ‘초과사망’ 방식이 사용됐다.
폭염은 심장질환이나 호흡기질환, 탈수 등 기존 질환을 악화시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사망진단서에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이 직접 사인으로 기록돼 폭염 피해가 실제보다 적게 잡힐 수 있다.
연구진은 기상 관측자료와 기후모델을 통해 현재의 기온과 지구온난화가 없었을 때의 가상 기온을 비교한 뒤, 기존 연구에서 확인된 기온과 일별 사망률의 관계를 적용해 사망자 수를 산출했다. 공식 사망통계는 사망진단서를 취합하는 데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이번 수치는 향후 수정될 수 있다.
“폭염은 날씨 아닌 공중보건 재난”
영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영국에서 여름철 폭염으로 숨진 사람은 1만 명이 넘는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상승할 경우 영국의 온열 관련 사망자가 2050년 연간 1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분석을 이끈 클레어 반스 임페리얼칼리지런던 박사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규모가 더는 외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지 않는 한 폭염은 더욱 빈번하고 강해질 것이라는 경고다.
영국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주택과 병원, 학교, 대중교통 시설 상당수가 고온에 대비해 설계되지 않았다며 정부의 기후적응 대책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가디언은 이번 수치가 단순한 기상이변의 결과가 아니라 영국이 이미 새로운 기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경고라고 전했다. 폭염을 여름철 불편한 날씨가 아닌 인명 피해를 일으키는 공중보건 재난으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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