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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농사 망쳤다”…가뭄에 무너지는 유럽 농업

오두환 기자
오두환 기자
- [object Promise]분 걸림 -
가디언 홈페이지 캠처

기후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유럽 전역에서 반복되는 폭염과 가뭄이 농업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으면서 농민들은 “올해 농사는 끝났다”는 절망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가디언은 28일 보도를 통해 독일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 곳곳에서 작황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현장을 전했다.

독일 브란덴부르크주에서 옥수수와 해바라기를 재배하는 토마스 괴벨 씨는 올해 수확량이 최근 20년 평균 대비 40~75%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집에서 밭으로 가는 길마다 시들어가는 작물을 봐야 했다. 좌우를 볼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다”며 “낙관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했지만 올해 같은 가뭄을 겪으니 희망을 잃었다”고 털어놨다.

베를린 인근에서 유채를 키우는 릴리안 구스만 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구스만 씨는 “올해는 작황이 완전히 망했다. 아이처럼 창밖을 보며 비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며 “농민의 일상은 하늘에 달려 있는데, 기후위기가 이토록 가깝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영국 남서부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는 애덤 비어 씨는 여름 폭염이 끝난 뒤 심은 양배추와 꽃양배추의 95%가 일주일 만에 말라 죽었다고 전했다. 그는 “정성껏 가꾼 채소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며 마음이 무너졌다. 이제는 농사를 계속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피해는 개인 농가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농업 전체의 위기를 보여준다. 유럽연합(EU) 연구에 따르면 가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매년 평균 112억 유로(약 16조 원)에 달한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상승하면 피해액은 연간 130억 유로, 3도 상승 시에는 175억 유로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

특히 토양이 모래질인 지역은 물 저장력이 약해 가뭄에 취약하다. 농작물 피해가 집중되는 것은 이런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한 해 농사의 손실이 아니라, 유럽 식량체계 전반의 안정성이 무너지는 신호라고 경고한다. 가뭄 피해는 곡물 가격을 끌어올리고, 가축 사료 공급을 위축시켜 축산업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농민들은 정부와 유럽연합 차원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피해 속도는 대책을 앞질러가고 있다. 일부 농민은 생존을 위해 농기계와 땅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괴벨 씨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기후위기가 넘어섰다”며 “농업은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물 절약형 관개 시스템 구축 ▲가뭄 내성 품종 개발 ▲토양 복원 프로그램 확대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기후위기 완화다. 기후위기가 계속 가속화된다면, 농업은 어떤 적응 전략으로도 버티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서게 된다.

가뭄은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럽의 밭에서 시작된 경고음은 세계 식량 위기를 알리는 전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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