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빙하 속 2천년 잠든 세균…“일부는 인체 감염 가능성”
남극 깊은 얼음 속에서 수백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미생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극 깊은 얼음 속에서 수백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미생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스틱스(Styx) 빙하에서 확보한 빙하코어를 분석한 결과, “총 27종 656개 균주의 미생물을 배양·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9종 55개 균주는 ‘잠재적 병원성 세균 후보’로 분류됐다”고 6일 밝혔다.
빙하는 단순한 얼음 덩어리가 아니다. 과거 기후를 기록한 ‘얼음 연대기’이자 미생물을 가둬두는 ‘자연 저장고’다. 북극 영구동토층에서 수만 년 된 병원균이 되살아난 사례가 보고된 적은 있지만, 남극 빙하 미생물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는 이번이 사실상 첫 성과다.
김옥선 박사 연구팀은 빙하 층 형성 시기가 서기 520년에서 1980년에 이르는 샘플에서 미생물을 분리했다.
김민경 박사는 “일부 균주는 결핵균처럼 인체 세포에 달라붙고 면역 반응을 회피하는 유전자를 지니고 있었다”며 “다른 균주에서는 물고기나 생쥐 등 동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 세포 용해 유전자와 유사한 서열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실험에서는 인체 정상 체온(37℃) 조건에서 적혈구를 파괴하는 경미한 ‘용혈 반응’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Research 7월호에 게재됐다.
신형철 소장은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오랫동안 갇혀 있던 미생물이 인간과 접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성과는 남극 빙하 미생물의 다양성과 잠재적 위험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틱스 빙하코어는 극지연구소가 2014년 남극에서 처음으로 자체 확보한 길이 210m의 시료다. 약 2천 년 전의 기후와 생물 정보를 품은 ‘얼음 타임캡슐’이 이제 인류에게 기회이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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