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더위 끝나도 밤더위는 계속…폭염 2.2배·열대야 3배 증가

우리나라의 여름이 달력보다 빠르게 시작해 늦게 끝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은 과거보다 최대 한 달 일찍 찾아오고, 밤에도 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는 최대 20일가량 늦게까지 이어졌다.
기상청은 1973년부터 2025년까지 전국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폭염과 열대야가 많아졌을 뿐 아니라 발생 시기와 지속 기간도 크게 달라졌다고 30일 밝혔다.
폭염 2.2배·열대야 3배 늘었다
지난 53년간 우리나라의 여름철 평균기온은 10년마다 0.28도씩 상승했다. 2025년 여름 평균기온은 25.7도로 관측망이 전국적으로 확충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2024년이 25.6도로 2위,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한 2018년이 25.3도로 3위였다.
기온이 오르면서 폭염과 열대야도 크게 늘었다. 폭염은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 열대야는 오후 6시 1분부터 다음 날 오전 9시 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을 말한다.
최근 10년인 2016∼2025년 전국의 연평균 폭염일수는 18.3일이었다. 과거 10년인 1973∼1982년의 8.3일보다 약 2.2배 많다. 같은 기간 열대야일수는 4.1일에서 12.2일로 3배 증가했다.
특히 밤더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24년 열대야일수는 24.5일로, 종전 최다 기록이었던 1994년의 16.8일보다 약 1.5배 많았다. 열대야가 많이 발생한 역대 상위 10개 연도 가운데 7개 연도가 최근 10년에 포함됐다.
7월에 오던 폭염, 이제 6월부터 시작
과거에는 강릉과 일부 경상 지역을 제외하면 폭염이 주로 7월부터 시작됐다. 최근에는 많은 지역에서 폭염의 첫 발생 시점이 6월로 앞당겨졌다.
서울·이천·춘천·청주와 광주·구미·의성·울진 등은 과거 10년 동안 7월 상순이나 중순에 첫 폭염이 나타났다. 최근 10년에는 6월 상순부터 하순 사이로 당겨져 최대 한 달가량 빨라졌다.
강릉과 대구·합천·밀양·영덕·포항 등 비교적 일찍 더워지는 지역도 첫 폭염 시점이 6월 중·하순에서 6월 상순 무렵으로 열흘 이상 앞당겨졌다.
폭염이 끝나는 시점은 반대로 늦어졌다. 과거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8월 중순 무렵 폭염이 끝났지만, 최근에는 8월 중·하순까지 이어져 종료 시점이 10일 안팎 늦어졌다. 여수·남해·통영·거제·부산처럼 과거 폭염이 드물었던 지역에서도 폭염이 발생하는 해가 많아졌다.
낮더위 끝나도 밤더위는 계속
열대야는 시작이 빨라지고 끝은 더욱 늦어졌다. 대부분 지역에서 첫 열대야가 7월 중·하순에서 7월 상·중순으로 5∼15일 앞당겨졌다. 마지막 열대야는 8월 상·하순에서 8월 중순∼9월 상순으로 10∼20일 늦어졌다.
변화가 가장 뚜렷한 곳은 강릉이었다. 강릉의 평균적인 열대야 시작일은 7월 17일에서 6월 21일로 26일 빨라졌고, 종료일은 8월 12일에서 8월 28일로 16일 늦어졌다. 열대야가 나타날 수 있는 기간이 약 40일 넓어진 셈이다.
남해안과 제주에서는 폭염이 끝난 뒤에도 열대야가 계속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에는 8월 하순이면 열대야가 끝났지만, 최근에는 9월 상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늘었다.
2025년에는 강릉에서 6월 18일 첫 열대야가 나타났다. 광주와 대전은 6월 19일, 부산은 7월 1일 열대야가 발생하는 등 전국 21개 지점에서 관측 이래 가장 이른 열대야가 기록됐다. 서귀포에서는 10월 13일까지 열대야가 나타나 1961년 관측 이후 가장 늦은 기록을 세웠다.
북태평양고기압 일찍 오고 바다는 더 따뜻해져
폭염이 빨라진 주요 원인으로는 기온 상승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이른 확장이 꼽힌다. 최근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6월부터 우리나라 남쪽까지 확장하면서 고온다습한 공기를 밀어 올리고 있다. 여기에 강한 햇볕이 더해져 한여름이 오기 전부터 기온이 33도를 넘는 날이 늘었다.
열대야가 늦게까지 이어지는 데는 따뜻해진 바다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해안으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된다. 밤이 돼도 지표의 열이 충분히 빠져나가지 못해 남해안과 제주를 중심으로 늦여름과 초가을 열대야가 발생하기 쉬워진다.
다만 이번 결과는 과거 10년과 최근 10년의 평균을 비교한 것이다. 매년 같은 날짜에 폭염이나 열대야가 시작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발생 시기와 지속 기간은 북태평양고기압 등 주변 기압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최근 들어 폭염과 열대야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발생 시기가 앞당겨지고 늦게까지 이어지며 국민들이 체감하는 여름철 더위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후변화 현황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분석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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