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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매립 금지 후폭풍…수도권 ‘쓰레기 원정’에 지역 갈등 격화

오두환 기자
오두환 기자
- 5분 걸림 -
쓰레기 더미
[픽사베이]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행 이후 ‘쓰레기 원정 처리’ 문제가 현실화되면서 지역 간 갈등이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은 외부 처리까지 열어둔 반면, 충북 등 처리시설 밀집 지역은 반입 제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030년 전국 확대를 앞두고 폐기물 정책이 지방선거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15일 기후정치바람 조사에 따르면 소각장 확충 방식에 대해 ‘주민 협의 우선’이 43.4%로 ‘신속 추진’(34.7%)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세종(47.7%), 대전(47%), 충북(46%) 등 충청권에서 협의 우선 여론이 두드러졌다. 서울은 협의(38.7%)와 신속 추진(38%)이 팽팽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서울은 하루 약 3000톤의 생활폐기물이 발생하지만, 자체 소각 처리 능력은 2000톤 수준에 머문다. 여기에 양천 자원회수시설을 포함한 기존 소각장들이 순차 정비에 들어가면서 처리 공백까지 우려된다. 소각장 증설은 사실상 불가피하다.

서울 시민 인식도 이를 반영한다. 64.3%가 소각장 추가 설치에 찬성했고, 반대는 16.3%에 그쳤다. 그러나 입지 문제에선 갈등이 분명했다. 마포·서대문·은평구 등 서북권 응답자의 63.4%가 증설에 찬성하면서도, 이 중 53.5%는 “기존 시설이 없는 지역에 새로 지어야 한다”고 답했다. 기존 시설 확장은 39.3%에 그쳤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부담은 분산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외부 처리 여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서울 내 해결’(39.3%)과 ‘타 지역 민간 소각장 활용’(39.1%)이 사실상 동일하게 나타났다. 실제로 올해 1월 직매립 금지 시행 이후 약 9000톤의 수도권 폐기물이 비수도권에서 소각됐다. 충북 청주·증평 등이 주요 대상지다.

그러나 수용 지역의 반발은 뚜렷하다. 충북 도민의 32.2%는 수도권 폐기물 반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총량 규제(20.2%)까지 포함하면 절반 이상이 규제 필요성에 공감했다. 반면 기금 조성이나 기업 책임 강화 등 조건부 허용은 34.4%에 그쳤다. ‘쓰레기 이동’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큰 셈이다.

폐기물 감축 필요성에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돼 있다. 광주·세종·부산 조사에서 공공청사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에 80% 안팎이 찬성했다. 공공 행사와 민간 행사, 장례식장 등으로 갈수록 찬성률은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우세했다. 서울에서도 재래시장·골목상권 비닐봉지 금지에 59.9%가 찬성했다.

문제는 속도다. 2030년 직매립 전면 금지까지 4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감축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결국 소각장 확충과 병행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다. 서울이 외부 소각장을 활용할 경우 운반·처리비 증가로 자치구 예산이 30~50% 늘어날 전망이다. 광주 역시 외부 처리 시 연간 1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

재원 마련 방식에 대한 인식도 분명하다.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보다는 기존 예산 재조정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서울은 ‘타 예산 축소’가 46.8%로 ‘봉투값 인상’(30.2%)보다 높았다. 광주는 격차가 더 컸다. 각각 74.3%, 16.6%로 나타났다.

결국 핵심은 ‘지역 내 처리’와 ‘사회적 합의’다. 신근정 로컬에너지랩 대표는 “폐기물 역시 지역에서 나온 것은 내 지역에서 처리하는 ‘지산지소’ 원칙이 기본”이라며 “차기 단체장은 단순한 시설 건설을 넘어 2030년 전까지 자립적 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6·3 지방선거에서 선출될 단체장 임기는 2030년까지다. 직매립 전면 금지와 시기가 맞물린다. 소각장 입지 갈등, 지역 간 폐기물 이동, 비용 부담까지 얽힌 복합 문제를 풀지 못할 경우 ‘전국 쓰레기 대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선거의 폐기물 공약이 향후 자원순환 정책의 방향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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