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2도 오르면 밀·쌀·옥수수 해충 피해 급증

기후위기가 농작물 해충의 확산을 부추기며 전 세계 식량 손실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인류가 대규모 식량 위기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빌려 쓴 시간” 덕분이었을 뿐, 기후변화가 심화되면 기존 농업 시스템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20일 보도를 통해 기후변화가 해충 피해와 식량 손실을 동시에 증폭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국제 학술지 Nature Reviews Earth & Environment에 실린 연구를 인용해,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상승할 경우 세계 주요 곡물의 해충 피해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밀은 46%, 옥수수는 31%, 쌀은 19%까지 피해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온 상승은 해충의 생존과 번식을 직접적으로 돕는다. 따뜻해진 환경에서는 해충의 대사 속도가 빨라지고, 번식 주기가 짧아진다. 겨울이 짧아지면서 해충이 추위로 죽지 않고 살아남는 비율도 높아진다. 이로 인해 진딧물, 매미충, 줄기좀벌, 애벌레, 메뚜기 등 주요 해충이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기후변화만이 아니다. 가디언은 글로벌 무역 확대에 따른 해충의 국경 이동, 숲과 초지 파괴, 단작 중심의 집약 농업이 해충 확산을 더욱 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약과 비료 사용이 늘면서 해충의 자연적 천적인 곤충과 조류가 줄어들고, 생태계의 조절 기능도 약화되고 있다.
연구진은 현재 해충과 병해로 인해 전 세계 농작물 생산량의 약 40%가 손실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이미 식량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며, 기후위기가 지속될 경우 피해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엑서터대학의 댄 베버 교수는 가디언에 “세계 식량 체계는 밀, 쌀, 옥수수, 대두 같은 소수 작물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며 “이처럼 단순한 구조는 특정 해충이나 병해가 확산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료와 농약에 의존한 그린 혁명은 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그것은 기후가 빠르게 변하지 않던 시대의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대응책으로 작물 다양화, 자연 포식자 서식지 복원, 생태 기반 해충 관리, 인공지능을 활용한 해충 발생 예측 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해충 피해만을 보수적으로 계산한 것이며, 곰팡이성 병해와 극한기후 피해까지 고려하면 실제 위험은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충 피해 증가는 농업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식량 가격 변동성과 저소득 국가의 식량 접근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후위기가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구조적 위협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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