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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만든 ‘푸른-초록 어치’…텍사스서 첫 발견

오두환 기자
오두환 기자
- [object Promise]분 걸림 -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기사 캡처

미국 텍사스주에서 파랑어치(Blue jay)와 초록어치(Green jay)가 교배해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희귀 혼종 개체가 발견됐다. 연구진은 지구온난화로 두 종의 서식지가 겹치면서 생긴 첫 사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내용은 워싱턴포스트 9월 30일자 보도로 소개됐다.

이 새는 샌안토니오 교외 주택가에서 시민 탐조가의 눈에 처음 띄었고, 이후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대학원생 브라이언 스톡스가 직접 관찰해 정체를 확인했다.

스톡스는 “처음엔 단순히 색이 다른 파랑어치인 줄 알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초록빛 깃털과 낯선 울음소리가 있어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새가 파랑어치 무리와 함께 이동하면서도 초록어치 특유의 낮고 두 톤짜리 소리를 내는 등 양쪽 종의 특징을 동시에 보였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혈액 샘플을 채취해 DNA를 분석한 결과, 이 새가 파랑어치 수컷과 초록어치 암컷 사이에서 자연 교배로 태어난 수컷임을 확인했다. 두 종은 최소 700만 년 전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학계에서는 전혀 다른 속(genus)으로 분류돼 왔다.

따라서 이번 사례는 단순한 변종이 아니라, 계통적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던 종들 사이의 교잡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논문은 국제 학술지 Ecology and Evolution에 게재됐다. 저자들은 “기후변화로 열대성 조류인 초록어치의 서식 범위가 북상하고, 동시에 파랑어치의 서식지가 확장되면서 두 종이 처음으로 접촉하게 됐다”며,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초록어치는 원래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 열대림에 분포하는 종이었지만, 최근 수십 년 사이 텍사스 남부까지 북상했다. 반면 파랑어치는 북미 전역에 걸쳐 넓게 서식하며 기후변화에 따라 분포가 더 남쪽으로 넓어지는 추세다.

조류학자 짐 레이놀즈(영국 버밍엄대)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물새류에서는 잡종이 흔히 발견되지만, 육상조류에서 이렇게 분명한 교잡 사례가 관찰된 것은 드물다”며 “유전적 다양성을 풍부하게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종 고유의 유전적 특성이 희석돼 보전학적으로 새로운 위험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례는 시민 과학(citizen science)의 성과이기도 하다. 지역 탐조가들이 관찰 내용을 기록하고 제보했기에 연구진이 해당 개체를 추적·분석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시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기록이야말로 새로운 자연 현상을 발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며, 앞으로도 시민 과학자들과 협력해 기후변화로 인한 종 분포 변화와 교잡 사례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발견은 기후위기가 단순히 기온 상승과 폭염, 가뭄 같은 ‘재난’ 차원에 머물지 않고 생물다양성의 구조적 변화를 불러온다는 점을 보여준다. 종 분포가 바뀌면서 예상치 못한 교잡이나 새로운 생태적 상호작용이 나타나고, 이는 곧 생태계의 균형과 보전 정책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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