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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덕 본 일본 와인 마을, 이제는 날씨가 걱정거리로

오두환 기자
오두환 기자
- 3분 걸림 -
로이터 홈페이지 기사 캡처

일본 북단 섬 홋카이도(北海道)의 소도시 요이치는 지난 수십 년간 기후가 서서히 온난해지면서 고급 와인 품종인 피노 누아(Pinot Noir) 재배지로 떠올랐다. Reuters

로이터의 지난 13일 보도에 따르면 원래 이 지역은 위스키 생산지로 유명했지만, 2017년 현지 와이너리인 Domaine Takahiko의 ‘2017 Nana-Tsu-Mori Pinot Noir’가 덴마크 코펜하겐의 미식 레스토랑 Noma 와인리스트에 오른 뒤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Reuters

하지만 온난화가 ‘기회’만 준 것은 아니었다. 최근 급격한 기온 상승과 잦아진 강우, 포도밭을 노리는 조류 피해 등이 이 지역 와인 농가의 새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요이치의 여름은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해를 맞았다. 6월부터 8월까지 평균 기온이 22.1도에 달했으며, 이는 과거 30년 평균보다 3도 높은 수치였다. Reuters

이로 인해 요이치의 기후 구분이 와인 재배지 기후 기준인 ‘윙클러 지수(Winkler Index)’에서 기존의 가장 서늘한 ‘Region I’에서 중간 수준인 ‘Region II’로 옮겨간 상태다. Region II는 일반적으로 메를로(Merlot)나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등 중·강체형 레드와인에 적합한 기후로 분류된다. Reuters

피노 누아는 서늘하고 기온 변화가 적은 환경에서 얇은 껍질과 적은 과실집단 구조 덕분에 ‘섬세한’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기온 변화는 “성숙이 너무 빨라 설탕 함량이 높아지고 산도가 낮아질 위험”을 야기하고 있으며, 높은 기온과 강우 증가가 포도의 손상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Reuters

또한 올해 농가들은 포도를 노리는 조류 피해가 증가한 사실을 호소하고 있다. 농가들은 “산 인근 산림에 있어야 할 견과류·씨앗이 줄면서 조류들이 포도로 몰려들고 있다”며 기후변화와 연결 지었다. Reuters

이에 지역 와인업체들은 기후 적응 전략을 서두르고 있다. 도메누 다카히코 와이너리는 지하 저장고를 새로 마련해 100 배럴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했으며, 종(種) 다양화 차원에서 피노 누아 외 메를로·쉬라(Syrah) 등 다른 품종을 시도할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Reuters

요이치의 시장인 사이토 게이스케는 올해 프랑스 부르고뉴(Burgundy) 지역의 피노 누아 중심 마을인 게브레‑샹베르탱과 ‘와인 협정’을 맺고 양 지역이 재배 기술과 기후 적응 경험을 공유하기로 했다. Reuters

요이치 사례는 기후변화가 일부 지역과 산업에 ‘기회’를 제공했지만, 그 기회가 지속가능한 형태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새로운 위기로 뒤바뀔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와인 산업을 통해 드러난 기후의 역설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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