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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의 어머니, 지구의 자매’ 제인 구달 박사 91세로 별세

오두환 기자
오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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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구달연구소 홈페이지 캡

세계적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박사가 1일(현지시간)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제인 구달 연구소는 이날 홈페이지와 SNS 등을 통해 “연구소 설립자인 구달 박사가 미국 캘리포니아 강연 투어 중 자연적 요인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동물학자로서 구달 박사의 발견은 과학에 혁명을 일으켰고, 그는 우리 자연계 보호와 복원을 지치지 않고 옹호했다”고 추모했다.

침팬지의 삶에서 인간의 거울을 보다

1934년 런던에서 태어난 구달은 어린 시절 ‘타잔’과 ‘닥터 두리틀’ 같은 아동문학에 매료되며 동물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대학 진학 대신 런던에서 비서로 일하던 그는 1957년 케냐를 방문했다가 고인류학자 루이스 리키를 만나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다.

탄자니아 곰베에서 시작한 야생 침팬지 연구는 기존의 관념을 뒤흔들었다. 1964년, 침팬지가 도구를 만들어 사용한다는 사실을 네이처지에 발표하며 학계는 충격에 빠졌다. 이는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라는 통념을 무너뜨린 발견이었다. 구달은 포획 개체가 아닌 야생 상태의 침팬지를 장기간 관찰한 첫 학자로, 동물행동학 연구의 지평을 새로 열었다.

이후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언론을 통해 ‘침팬지의 어머니’라는 별칭을 얻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과학에서 운동으로

연구 과정에서 그는 침팬지의 미래가 서식지 파괴와 직결돼 있음을 깨달았다. 1977년 자신의 이름을 딴 제인 구달 연구소를 설립하고, 아프리카 환경 보호와 지역사회의 참여를 강조하는 운동가로 거듭났다. 한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은 그에게 ‘어머니 대지의 자매’라는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다.

그는 연평균 300일 이상 세계를 돌며 현지 주민·정책결정자들과 만나 자연보전을 호소했다. 1991년에는 어린이를 환경운동가로 성장시키는 ‘뿌리와 새싹’(Roots and Shoots) 프로그램을 출범시켜 현재 100여개국, 10만여명이 참여하는 세계적 청소년 환경 네트워크로 키웠다.

침팬지
[픽사베이]

“희망은 우리 손에 있다”

구달은 생전 “희망이 있다. 우리 손에 달려 있다. 가능한 한 가벼운 생태학적 발자국을 남기라”고 말하곤 했다. 2001년 한 인터뷰에서는 “동물을 향한 태도를 바꾸고 싶을 뿐이고, 그렇게 해서 세상을 조금 바꾸고 싶다”며 “내가 이룰 수 없을지라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희망의 이유’를 비롯해 30여권의 저술을 남겼으며, 아동문학에도 힘썼다. 개인적으로는 두 차례 결혼했고, 아들 한 명을 두었다.

제인 구달의 삶은 단순한 과학자의 길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쓰려는 한 사람의 지극한 신념이었다. 그는 끝내 “지구는 회복력을 지닌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침팬지를 통해 발견한 지혜는 이제 인간에게 남겨진 과제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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