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뒤덮은 ‘비정상적 홍수’…과학자들 “기후경보 이미 울렸다”

동남아시아 전역을 휩쓴 기록적 홍수·산사태가 1,500명 가까운 생명을 앗아가며 지역 사회를 붕괴 직전까지 몰아넣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재난이 “돌발적 자연현상”이 아니라 “기후위기의 전형적 징후”라고 경고하고 있다.
AP는 지난 5일자 기사에서 “이번 홍수는 예측 불가능한 기상이 아니라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현실(new reality)에 가깝다”고 전했고, 알자지라 역시 지난 2일자 분석에서 “1980년대 대비 기후재난 발생이 83%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일대의 홍수 피해가 벌목·산림 훼손, 광산 개발과 결합해 더욱 증폭됐다고 전하며 현장의 파괴 규모를 구체적으로 전했다.
동남아시아의 재난은 시기부터 비정상적이었다. AP는 “우기가 끝난 시점에 폭우가 집중적으로 몰렸다”고 지적하며 지역 사회가 대응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사이클론과 집중호우, 산사태가 연속적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스리랑카·태국 등에서 보고된 사망자는 1,400명을 넘었으며 실종자도 수백 명에 달한다. 스리랑카 일부 지역에서는 식수 공급이 중단되고 위생 위기가 번지고 있고,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는 도로와 교량이 붕괴해 마을 전체가 고립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알자지라는 “아시아 홍수 사망자 규모가 이미 현대 기후재난 중 최악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재난의 원인으로는 기후위기·생태계 파괴·해양 온도 상승이 복합적으로 거론된다. 알자지라는 “동남아시아는 지구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는 지역”이라며 “해수면 온도 상승이 열대성 폭풍을 더욱 강력하고 파괴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특히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광산 개발과 불법 벌목이 홍수 피해를 증폭시켰다고 보도하며, “산림 훼손이 빗물을 지면이 흡수하지 못하게 만들어 산사태 위험을 극대화했다”고 전했다. AP는 이에 더해 “라니냐 상황이 습도와 강수량을 높이며 기후변화와 시너지를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피해는 단순한 자연재난 수준을 넘어선다. AP는 이번 홍수로 인한 이재민이 수백만 명에 달하며 농경지·공장·어업 기반이 동시에 파괴돼 “경제적 손실만 수십억 달러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스리랑카·인도네시아 등은 이미 구호물자와 의료품이 부족해 국제사회의 지원 요청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기후 전문가들은 “이번 재난은 동남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며, 세계 각국이 마주할 미래의 축소판”이라고 말한다. 알자지라는 “습도와 열이 결합한 ‘습구 온도’ 상승이 이미 인간 생존 한계를 넘나드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2050년경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이 ‘상시 비거주 지대’로 전환될 위험을 경고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달 발표에서 “지구적 평균 기온 상승이 극단기상 빈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으며, 아시아는 그 최전선에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가 세계 공급망·식량안보·국제분쟁 위험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이번 재난은 한국에도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알자지라는 “기후위기가 전 지구적 불평등을 악화시키며 국가 간 갈등까지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처럼 에너지·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기후충격의 파급효과가 크다는 국제 기후경제학자들의 지적도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알자지라와 AP는 공통적으로 “적응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며 탄소 감축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대형 기후재난은 반복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평가를 전했다. 숲 복원, 홍수 방지 인프라 확충, 해안 도시 침수 대응, 물 관리 체계 개편 등 즉각적인 적응 조치도 필수지만, 이는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AP는 기사의 끝에서 “이번 아시아 홍수는 경고음이 아니라 비상벨”이라며,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한 각국의 행동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지금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