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7백억 원짜리 전시행정”… 시민사회, 노들섬 개발 중단 촉구
서울시가 추진하는 ‘노들 글로벌 예술섬’ 사업이 본격 착공에 들어간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이 예산 낭비와 생태 파괴를 이유로 사업 전면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노들 글로벌 예술섬 사업 중단을 위한 시민사회 공동행동’은 21일 오전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설계안조차 없이 3천7백억 원의 예산을 책정한 채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라며 비판했다.
첫 발언에 나선 김상철 시시한연구소 공동소장은 “서울시는 디자인 공모 당시 완성 도면이 아닌 ‘그림’만 보고 당선작을 선정한 뒤, 백지수표처럼 3천7백억 원을 약속했다”며 “설계자인 헤더윅이 해외 공공시설에서 유지비 폭증 문제를 일으킨 사례를 알면서도, 시장의 개인 취향으로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특히 “서울시가 사업을 상·하단부로 나누고 시 재정이 투입되는 하단부부터 공사를 시작한 것은,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알박기식’ 방식”이라고 지적하며 “시장에게 자신이 있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시민의 심판을 받으라”고 요구했다.
김재상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이 사업은 오세훈 시장 문화정책의 문제점을 응축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형 랜드마크 중심의 토건 행정, 관광객 유치 중심의 도시 마케팅, 시민 문화권 배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서울아레나·잠실돔구장 등 다른 시설사업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 처장은 “현재 노들섬의 가치는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 시민과 예술가가 자유롭게 머무는 열린 공간 그 자체”라며 “3천7백억 원으로 이 공간을 폐쇄하는 것은 전시행정이자 문화정책의 퇴행”이라고 말했다.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노들섬 사업은 수천억 원을 들여 생태계를 파괴하는 토건사업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서울시가 제시한 ‘맹꽁이 대체서식지 조성’ 계획에 대해 “양서류 특성상 생존 가능성이 극히 낮은 방식으로, 행정적 면죄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최 팀장은 “지난 20년간 서울시가 반복한 강제 이주로 이미 맹꽁이 서식환경은 크게 훼손됐다”며 “이제는 트라우마를 안은 생물들에게 또다시 이주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3천7백억 원짜리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닌 노들섬의 자연생태계가 진짜 예술”이라고 덧붙였다.
공동행동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2019년 490억 원의 세금으로 조성해 연간 150만 명이 찾는 성공적 공공공간을 불과 6년 만에 폐쇄하고, 기존 비용의 7배에 달하는 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명백한 예산 낭비”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건설비 6천억 원과 연간 운영비 600억 원 부담으로 무산된 오페라하우스의 전철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사업 완공 시점이 2028년으로 차기 시장 임기 중에 해당해, 현 시장은 ‘첫 삽’의 성과만 챙기고 책임은 다음 시장과 시민에게 떠넘기려 한다”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서울시에 ▲‘노들 글로벌 예술섬’ 사업 전면 철회 ▲착공 일정 전면 보류 ▲내년 지방선거를 통한 시민적 판단 절차 마련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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