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 경주마 6,741마리 중 절반, 5년 안에 죽거나 사라졌다

한국마사회 본관
[한국마사회]

최근 5년간 은퇴한 경주마 절반 이상이 폐사하거나 행방불명된 것으로 드러났다. 겉으로는 ‘동물복지 경마’를 내세우는 한국마사회의 실상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한국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퇴역마 활용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8월까지 퇴역한 경주마 6,741마리 중 3,461마리(51.3%)가 폐사했다. 여기에 303마리(4.5%)는 행방조차 파악되지 않는 ‘미상’ 상태로 확인됐다.

경주마의 평균 은퇴 나이는 5~8세에 불과하지만, 말의 평균 수명은 25~30세다. 즉, 더 살 수 있는 시간만 20년 이상 남은 말들이 은퇴 후 불과 몇 년 만에 절반 이상이 죽거나 사라진 셈이다.

문제는 마사회가 홍보용 ‘복지 시스템’을 내세우면서도, 실제 관리 체계는 ‘자율신고제’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퇴역마의 이동이나 활용 현황을 농가나 개인이 직접 신고하도록 되어 있어, 허위신고나 말고기 업자에게의 불법 유통을 막을 실질적인 검증 장치가 없다.

실제로 2023년 충남 공주의 한 폐마 목장에서는 퇴역 경주마 수십 마리가 굶주림과 방치 끝에 폐사한 사건이 있었다. 해당 사건은 ‘관리 사각지대’의 단적인 사례로 지목됐다.

조경태 의원은 “마사회가 도심 승마체험이나 말 문화 홍보에는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 정작 경주를 마친 말들의 비극에는 눈을 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호주나 일본처럼 경마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말복지 기금’으로 의무 적립해 퇴역마의 남은 생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또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라 자부하는 나라에서, 말이 단순히 돈벌이 도구로 버려지는 현실은 수치”라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마사회가 동물복지 책무를 다하도록 강력히 시정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