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줄이자”면서…차 가진 고위공직자 98.5% 내연차 탄다

국회의원회관
[오두환 기자]

공공기관이 새로 사거나 빌리는 차량 10대 중 9대 이상이 전기·수소차로 바뀌고 있지만, 정작 주요 정책 결정자들이 보유한 자동차 대부분은 여전히 내연기관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위해 국회에 등록한 차량도 90% 이상이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차량이었다.

녹색교통운동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7일 공개한 고위공직자 자동차 보유 현황에 따르면 조사 대상 360명 가운데 차량 보유 여부가 확인된 사람은 359명이다. 이 중 개인 차량을 보유한 공직자는 202명이었고, 199명(98.5%)이 휘발유·경유차 또는 하이브리드차 등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차량을 한 대 이상 가지고 있었다.

무공해차만 가진 공직자는 3명

전기차나 수소차를 보유한 고위공직자는 9명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6명은 내연기관차도 함께 갖고 있었다. 전기·수소차만 보유한 공직자는 3명에 그쳤다. 차량 자체를 보유하지 않은 공직자는 157명이었다.

조사는 2026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와 올해 지방선거 후보자 재산공개 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다.

두 단체는 탄소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 보유 내연기관차 259대를 분석한 결과, 같은 거리를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보다 탄소를 평균 5.6배 더 배출하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공직자들의 실제 연간 주행거리를 계산한 수치가 아니라 차량별 인증 배출량 등을 토대로 이동수단 간 배출량을 비교한 값이다.

국회 등록차량 93.2%도 내연기관 사용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사용하는 차량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녹색교통운동이 국회사무처에서 확보한 ‘22대 국회의원 등록차량 현황’을 보면 올해 6월 기준 등록차량 293대 가운데 전기·수소차는 20대(6.8%)였다.

국회사무처는 당초 293대 중 149대를 내연기관차, 144대를 친환경차로 분류했다. 그러나 친환경차 가운데 124대가 하이브리드차였다. 두 단체는 하이브리드 역시 주행 중 연료를 태워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점을 고려해 내연기관차에 포함했다. 이 기준으로 보면 국회 등록차량 가운데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차량은 273대, 93.2%다.

다만 의원 개인의 재산으로 신고된 자동차와 국회 등록차량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재산공개 자료는 개인 소유 차량을 뜻하지만 국회 등록차량에는 국회 출입과 지역구 활동 등에 사용하는 리스·렌트 차량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공공부문은 이미 94.6% 전기·수소차

정부와 공공기관의 차량 전환 속도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25년 차량을 새로 구매·임차한 632개 공공기관의 전환 대상 차량은 8271대였다. 이 가운데 7826대, 94.6%가 전기·수소차였다. 전년보다 5.5%포인트 높아졌다. 정부는 국가기관·지자체·공공기관이 신규 차량을 구매하거나 임차할 때 차종별 환산비율을 적용해 전기·수소차 도입 비율을 100% 이상 맞추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런 상황을 두고 정책과 개인의 실천 사이에 간극이 있다고 지적했다. 두 단체는 “공공부문에서는 제도를 통해 차량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정책과 예산을 결정하는 국회의원의 이동 역시 이러한 방향과 동떨어져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두 단체는 국회의원과 중앙부처장, 광역자치단체장 등 360명을 대상으로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새 차량을 구매·리스·렌트할 경우 무공해차를 선택하겠다는 ‘자동차 탄소제로 실천 약속’을 받고 있다.

9월 7일 현재 참여자는 10명으로 전체의 2.8%다. 단체들은 오는 11일까지 참여를 받은 뒤 최종 현황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