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상자 속 빈 공간, AI가 잡아낸다…CJ대한통운·환경공단 ‘과대포장 감시’

'AI 기반 스마트 적정포장 체계 구축 및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문갑생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이사(왼쪽), 김정희 CJ대한통운 TES물류기술연구소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상품보다 지나치게 큰 택배 상자와 불필요한 완충재를 인공지능(AI)이 찾아내는 포장 검증 체계가 도입된다.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던 과대포장 검사 과정을 디지털로 바꿔 포장 폐기물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은 한국환경공단과 ‘AI 기반 스마트 적정포장 체계 구축 및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협약에 따라 두 기관은 상품 포장 단계부터 과대포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기업들이 복잡한 포장 규정을 보다 쉽게 지키도록 돕고, 택배·유통 현장에 적정포장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다.

상품·상자 크기 분석해 과대포장 판정

검증에는 CJ대한통운이 자체 개발한 AI 솔루션 ‘팩체크’가 활용된다.

팩체크는 상품의 크기와 무게, 포장재 종류, 상자 규격 등의 정보를 분석해 포장 공간이 지나치게 넓은지 판단한다. 법에서 정한 포장공간비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자 크기를 줄이거나 포장재를 바꾸는 등 개선 방향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작은 화장품 하나를 큰 상자에 넣거나, 제품보다 훨씬 많은 완충재를 사용하면 AI가 이를 과대포장 가능성이 높은 사례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팩체크는 현재 전국 26개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운영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4월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와 상표 출원도 마쳤다.

사람이 하던 검사, AI로 속도 높인다

현재 과대포장 여부는 공인 검증기관이 상품과 포장재를 직접 측정하는 방식으로 확인한다. 검사 과정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검사자의 측정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AI 검증 체계가 현장에 도입되면 여러 상품의 포장 상태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다.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어 규제 집행의 일관성과 정확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환경공단은 팩체크의 분석 결과가 실제 규제 기준에 맞는지 검토하고, 포장 기준을 수치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스마트 적정포장 인증제 도입과 현장 점검 등 제도·기술 지원도 담당한다.

업계·학계·시민단체도 검증 참여

두 기관은 산업계와 학계, 전문가, 시민·민간단체가 참여하는 ‘AI 적정포장 검증 운영위원회’도 구성할 계획이다.

운영위원회는 AI 판정 결과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검증하고, 현장 의견을 제도에 반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업이 규정을 지키기 어려운 부분이나 소비자가 체감하는 과대포장 문제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과대포장이 줄면 상자와 비닐, 완충재 사용량도 감소한다. 포장재 생산과 운송,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김정희 CJ대한통운 TES물류기술연구소장은 “민관이 AI 기술을 활용해 적정포장 문화를 확산하고 자원순환을 촉진하는 첫걸음”이라며 “현장 실증을 통해 기술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이고 적정포장 표준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