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살린다’던 산림청, 경북산불 키운 건 침엽수 단순림과 간벌이었다
경북 대형산불 피해 확산의 책임이 산림청의 핵심 산림관리 정책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산불을 줄이겠다며 추진해 온 침엽수 단순림 조성과 숲가꾸기(간벌)가 오히려 산불 피해를 구조적으로 키웠다는 사실이 대규모 데이터 분석으로 확인됐다.
불교환경연대, 안동환경운동연합, 서울환경연합, 생명다양성재단과 홍석환 부산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지난 21일 서울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경북산불 피해확산 원인조사 중간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1,050개 조사구를 분석한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위성영상(Sentinel-2), 현장 정밀조사, 통계 분석을 결합한 국내 최대 규모의 산불 영향 요인 분석이다.
결론은 명확했다. 산림청이 ‘연료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시행해 온 간벌은 산불을 약화시키기는커녕 피해 강도를 대폭 증폭시켰다. 간벌을 시행한 숲의 교목 고사율은 미간벌 숲보다 3배 이상 높았고, 이 경향은 지형과 수종, 해발고도와 무관하게 일관되게 나타났다.
특히 능선부 침엽수림 간벌지는 최악의 조건으로 확인됐다. 미간벌지의 수관화 발생률이 5.3%에 그친 반면, 간벌지에서는 수관화 발생률이 70.9%에 달했고 교목 고사율은 95%를 넘었다.
홍석환 교수는 “산불을 줄인다는 간벌이 오히려 숲의 습도를 떨어뜨리고 바람 통로를 만들어 산불을 키웠다”며 “숲가꾸기가 산불 대응책이 아니라 위험을 구조적으로 증폭시키는 요인임이 데이터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반대로 아교목층과 하층 식생이 유지된 숲에서는 불이 지표화에 머물며 확산이 억제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피해 규모를 둘러싼 문제도 드러났다. 연구팀이 분석한 산불 피해면적은 11만6,333ha로, 산림청이 발표한 9만9,289ha보다 1만7,044ha 넓다. 홍 교수는 “산림청이 정밀 피해 경계도와 피해 강도 GIS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정확한 분석 없이 복구 계획과 예산을 세우는 것은 정책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책임론이 제기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왜 초기 진화에 실패했고 왜 대형산불로 번졌는지 정부 차원의 객관적 조사가 없었다”며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시민단체와 민간 전문가가 대신하고 있는 현실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숲가꾸기와 임도 정책을 국회 차원에서 재검증하고, 부작용이 확인되면 예산을 이재민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 증언은 정책 실패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청송 주민 홍시언 씨는 “소나무 단순림을 유지하기 위해 활엽수가 반복적으로 제거된 흔적을 수없이 봤다”며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인위적으로 유지된 숲이 산불 앞에서는 가장 먼저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산불 이후 파상땅해파리버섯이 쉽게 관찰될 만큼 숲의 회복력도 취약했다”며 “다시는 소나무 단순림을 산에 심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산불진화임도와 도로 역시 방화선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체 피해면적의 57%가 도로에서 200m 이내에서 발생했으며, 도로에서 멀어질수록 피해는 급감했다. 임도와 도로가 오히려 건조화와 바람 유입을 통해 산불 확산 통로가 됐다는 분석이다.
30년 가까이 국가 시책으로 추진된 송이숲가꾸기 정책은 우리 숲을 산불에 강한 활엽수림으로 천이시키지 못했고, 가장 취약한 소나무 단순림에 묶어두는 결과를 낳았다. 대형산불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산림청 산림관리 정책 실패의 누적된 결과라는 비판이 피하기 어렵다.
연구진과 환경단체는 산불 대응의 해법으로 ‘더 베기’가 아니라 자연천이와 천이 촉진을 통한 숲의 구조 회복을 제시했다. 최종 연구 결과는 초동진화 실패와 진화 체계 분석을 포함해 2월 공개될 예정이다. 이제 남은 것은 산림청이 이 경고를 외면할 것인지, 정책 전환에 나설 것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