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철새 뿔제비갈매기, 한국서 새 번식지 확인

뿔제비갈매기
[국립생태원]

전 세계에 1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 조류 뿔제비갈매기가 전남 영광군 육산도 인근 무인도에서 새 번식지를 찾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신비의 철새’로 불리는 뿔제비갈매기가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번식 흔적을 남기면서, 국제적인 보전 연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는 지난해 5월, 육산도에서 매년 관찰되던 개체 ‘K00’·‘K11’ 부부가 산란기에 보이지 않자 연구진이 주변 섬을 수색한 끝에 인근 무인도에서 이들을 발견했다고 지난 13일 보도했다.

당시 이들 부부는 괭이갈매기 무리 속에서 알을 품고 있었지만 번식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올해 다시 육산도로 돌아온 이 부부는 둥지를 틀고 알을 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뿔제비갈매기는 독특한 머리 깃털로 잘 알려졌지만, 불법 알 채집·태풍으로 인한 둥지 소실·해양 오염 등으로 개체 수가 급감해 현재 전 세계 생존 개체는 100여 마리에 불과하다. 중국 지우산·우즈산섬, 대만 마주·펑후섬, 그리고 한국 육산도 등 5곳에서만 번식지가 확인된 바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육산도는 이미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번식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2022년 9월 8일 “2016년 이후 매년 육산도를 찾은 뿔제비갈매기가 여섯 번째 번식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연구진은 성조와 새끼에 금속·유색가락지를 부착해 이동 경로를 추적했으며, 전북 고창 해안, 중국 칭다오 자오저우만, 대만 이란시 난양 하구 등지에서 잇따라 관찰됐다. 국내외 탐조가들의 협력으로 확보된 관찰 기록은 국제 보전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됐다.

환경부는 뿔제비갈매기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상향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강성구 환경부 자연생태정책과장은 “육산도가 특정도서로서 국제적 보호 효과를 입증한 만큼, 다양한 서식지 확보와 국제 협력을 통해 종 보전에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