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연합 “태릉골프장 개발, 주거 해법 아닌 정책 참사”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에 대해 브리핑 하는 김윤덕 국토부 장관
[국토교통부]

태릉골프장 택지개발 재추진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은 정부의 태릉골프장 개발 계획을 두고 “세계유산과 그린벨트를 실적용 재고처럼 취급한 정책 참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환경연합은 29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태릉골프장 택지 개발은 서울 주거 위기의 근본 해법이 아니라, 청와대 중심의 조급한 실적 몰이가 낳은 결과”라며 “숫자로 보이는 공급 물량을 맞추기 위해 세계유산과 녹지를 소진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문제의 핵심은 세계유산 영향평가다. 태릉·강릉 일대는 조선왕릉의 핵심 경관축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단순 거리 기준이 아니라 ‘왕릉에서 바라봤을 때 건물이 능선 위로 드러나는지 여부’가 평가의 기준이 된다. 서울환경연합은 “국제 지침과 다른 왕릉 사례를 보면, 실제 건설 가능한 구간은 대폭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경우 정부가 제시한 6,800가구 공급 계획은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건물 높이와 배치가 후퇴하면, 건폐율과 용적률이 줄어들고 실질 공급 물량은 대폭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환경 훼손과 공급 축소가 동시에 발생하는 ‘최악의 조합’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서울환경연합은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의 태도 역시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고 봤다. 서울시는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 얻는 공급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 영향평가의 충실한 이행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사실상 조건부 유보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체는 “조선왕릉 경관과 생태계를 훼손해 얻은 결과가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하지 못하는 축소된 공급과 일부 고급 주택지 조성에 그친다면, 그 사회적 갈등과 환경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과 미래 세대의 몫이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정부에 세 가지를 요구했다. 태릉골프장을 공급 실적을 채우기 위한 후보지로 보는 관점을 중단할 것, 세계유산과 그린벨트 보존을 전제로 한 장기적 도시·환경 비전을 다시 수립할 것, 주거 위기 해결을 명분으로 남은 녹지와 세계유산 주변을 잠식하는 ‘쉬운 선택’을 반복하지 말라는 것이다.

단체는 “한 번 훼손된 세계유산의 경관과 생태계는 되돌릴 수 없다”며 “숫자로만 존재하는 공급 실적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결정이 진정한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