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가서 바다만 본다고?…요즘은 ‘숲길’이 대세
섬 여행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바다와 해수욕장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요즘 여행객들의 시선은 해변을 넘어 섬 안쪽의 숲으로 향하고 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숲길을 걷고, 섬에서만 볼 수 있는 산림경관을 즐기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전국 20∼75세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섬숲 관광 수요 및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51.7%가 향후 1년 안에 섬을 방문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눈에 띄는 것은 섬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장소였다. ‘숲·산림’이 47.4%로 가장 높았다. ‘해안가·해수욕장’은 28.9%였다. 숲을 찾겠다는 응답이 해변보다 18.5%포인트 높았다.
해수욕장보다 ‘숲길’ 찾는 여행객
섬 관광의 공식이 ‘바다 구경하고 회 먹고 돌아오는 여행’에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응답자의 62.7%는 섬숲이 내륙의 숲과 다른 고유한 관광자원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59.3%는 여행지를 고를 때 숲이 잘 보전되고 조성된 섬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섬숲에서 가장 해보고 싶은 활동은 ‘숲길 탐방’이었다. 응답자의 69.8%가 이를 선호했다.
섬의 숲은 내륙 산림과 분위기가 다르다. 바다와 맞닿은 숲길에서는 한쪽으로는 나무와 풀을, 다른 한쪽으로는 바다와 섬의 해안선을 바라볼 수 있다. 바닷바람과 염분, 강한 햇빛 같은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식물도 섬숲만의 독특한 경관을 만든다.
좋은 숲이 있으면 ‘하루 더’
섬숲은 관광객을 더 오래 머물게 하는 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4.3%는 매력적인 섬숲이 조성돼 있다면 섬 체류 기간을 늘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관광객이 오래 머물수록 숙박과 음식점, 지역 상점 이용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다. 실제 조사에서도 64.5%가 섬숲 관광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섬숲을 잘 보전하면서 숲길과 숙박, 지역 먹거리, 어촌 체험, 문화자원 등을 연결한다면 ‘잠시 들렀다 가는 섬’에서 ‘며칠 머무는 섬’으로 관광 방식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관광객 늘리려 숲 훼손하면 ‘본말전도’
다만 섬숲 관광의 핵심은 새로운 시설을 많이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조사에서도 사람들이 주목한 것은 섬숲 자체가 가진 자연경관이었다.
섬은 육지보다 생태계 면적이 작고 외부 변화에 민감하다.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무리하게 도로나 대형 시설을 만들 경우 정작 관광객이 보러 온 숲과 생태환경이 훼손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숲길을 정비하고 훼손된 산림을 복원하면서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숙박·먹거리·체험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 섬 관광의 해법이 될 수 있다.
김성학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휴먼서비스연구과 연구사는 “이번 조사는 섬숲이 체류형 관광객을 유치하는 핵심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섬 고유의 산림경관을 보전하는 한편, 숲길 등을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해 섬숲 관광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섬 여행의 목적지가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바다를 보기 위해 섬을 찾았다면 이제는 숲을 걸으러 섬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결국 미래의 섬 관광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개발했느냐’보다 ‘얼마나 아름다운 숲을 지켜냈느냐’에서 갈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