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는 폭설로 정전, 스리랑카는 기록적 홍수…기후변화가 만든 상반된 재난
유럽과 남아시아에서 서로 다른 형태의 극단적 기상이 동시에 발생하며 기후위기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폴란드는 폭설로 7만5천여 가구가 정전을 겪었고, 스리랑카에서는 하루 25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며 수십 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폴란드, 밤사이 폭설로 ‘도시 마비’
가디언에 따르면 폴란드 남동부에서 시작된 폭설은 북쪽으로 확산되며 도심의 기온을 영하 8.5도까지 끌어내렸다. 중부 지역에는 15~20cm, 남부 산악지대에는 40cm가 넘는 눈이 쌓였고, 소방당국에는 2,900건이 넘는 구조 요청이 접수됐다.
폭설은 전력망에도 큰 타격을 줘 약 7만5천 가구가 정전됐고, 바르샤바 쇼팽공항에서는 빌뉴스행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항공편 일부가 지연되거나 우회하는 등 항공 운항에도 차질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발칸반도에서 북상한 저기압과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충돌하며 폭설 강도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스리랑카, 24시간 250mm 폭우…“올해 최악의 홍수”
반면 스리랑카는 열대성 폭우가 기록적으로 쏟아지면서 산사태와 홍수가 동시 발생해 국가적 재난 수준으로 치달았다.
가디언은 “일부 지역은 24시간 만에 250mm 이상 비가 내렸다”며 “11월 전체 평균 강수량을 하루 만에 채운 셈”이라고 보도했다.
폭우는 즉각 참사로 이어졌다. 스리랑카 재난관리당국은 이번 홍수로 40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으며, 주택 425채가 파손되고 약 1,800가구가 대피했다고 밝혔다.
차(Tea) 농장이 밀집한 고지대 바둘라(Badulla)와 누와라엘리야(Nuwara Eliya)에서는 지형 특성상 상승기류가 강해 비구름이 발달하면서 산사태가 잇따라 주택과 농경지를 덮쳤다.
가디언은 이번 폭우 사태를 “스리랑카가 최근 수년간 겪은 홍수 중 가장 파괴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기후변화가 만든 ‘극단의 양극화’
이번 두 사건은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원인은 동일하다는 분석이다. 지구 온난화로 대기와 해양의 에너지가 증가하면서 북극과 열대 지역 모두에서 기후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북극 온난화는 제트기류를 약화시켜 한파와 폭설이 예측 불가능하게 남하하는 현상을 만들고, 고온다습한 열대 대기는 단기간 강수량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며 홍수를 유발한다.
기상학자들은 “기상이변이 아니라 새로운 기후 패턴”이라며 “극단적 기후의 빈도와 강도가 모두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에도 경고 신호…기후 적응정책 시급
한반도 역시 북극 한파, 정체전선 폭우, 태풍, 급격한 온도 변화 등 복합적 위험이 동시에 나타나는 기후 특성을 보인다. 이번 폴란드·스리랑카 사례는 한국의 기후 적응 전략이 근본적으로 재점검돼야 함을 보여준다.
전력·교통망 등 기반시설의 회복력 강화, 산지·도심 홍수 대응 체계 정비, 기상 예측 시스템 고도화, 취약계층 보호 시스템 구축 등 기후 적응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기후학자들은 “극단적 기후가 서로 다른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은 기후변화 시대의 전형적 모습”이라며 “지금의 속도보다 훨씬 빠른 감축·적응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